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카드 연체 2조 돌파…되살아나는 신용 대란 '악몽'


입력 2024.01.04 06:00 수정 2024.01.16 10:1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2005년 이후 거의 20년 만

고금리 충격에 리스크 확대

'벼랑 끝' 내몰리는 서민들

카드 결제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신용카드사들에 쌓인 연체가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낳으며 금융시장에 상처를 남겼던 이른바 카드 대란 이후 거의 20년 만의 일로, 경기 불황과 고금리 충격에 카드 값조차 제 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서민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카드 연체에 균열이 일면서 금융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개 카드사 자산에서 한 달 이상 상환이 밀린 연체액은 총 2조516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6.0% 늘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에서의 연체가 537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2% 줄었지만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카드가 3220억원으로, 롯데카드는 3056억원으로 각각 6.2%와 19.8%씩 해당 금액이 증가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카드사들에서 발생한 연체는 ▲삼성카드 2816억원 ▲우리카드 2219억원 ▲하나카드 2063억원 ▲현대카드 1281억원 ▲BC카드 483억원 순이었다.


카드 연체가 2조원을 넘어선 건 2005년 상반기 말(2조13억원) 이후 거의 20년 만이다. 당시는 카드업계에 변곡점과 같은 시점이었다. 신용카드 규제 완화를 계기로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낳았던 이른바 카드 대란을 관통한 시기다.


신용카드 연체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연체율로 봐도 상황이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1년 만에 1.5배 가까이 뛰었을 정도다. 조사 대상 카드사들의 지난해 3분기 말 연체율은 평균 1.23%로 전년 동기 대비 0.50%포인트(p)나 높아졌다.


카드사별 연체율은 ▲하나카드 1.66% ▲롯데카드 1.49% ▲우리카드 1.36% ▲신한카드 1.35% ▲국민카드 1.21% ▲삼성카드 1.07% ▲BC카드 1.05% ▲현대카드 0.62% 순이었다.


카드 연체가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서민 경제가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카드 값 연체 시 사실상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힘들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이 그 정도로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서민 급전 대출로 꼽히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에 대한 우려도 녹아 있다. 서민 급전 대출이자 이른바 빚 돌려막기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카드사 대출에서의 연체까지 생각하면 취약차주의 현실은 한층 위태로울 수 있다.


문제는 카드 연체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고금리 기조로 인해 이자 부담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비교적 취약 차주가 많은 제2금융권으로서는 여신 위험이 보다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금융 위기 대응을 위한 장치가 강화된 만큼, 당장 연체 리스크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카드 대란 당시의 수치가 재현되고 있는 현실은 상징성이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