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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확률조작 과징금 116억원에...넥슨 “10년전 일로 징계는 과해”


입력 2024.01.03 12:13 수정 2024.01.03 12:20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공정위 “넥슨, 확률 몰래 바꿔...‘변경없다’ 거짓 공지도”

“전자상거래법 위반...확률형아이템 가장 중요한 상품정보는 확률”

넥슨 “확률공개 의무 없던 시기...소명 충분히 반영 안돼”

경기도 판교 넥슨코리아 본사.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이 사실로 인정된다며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넥슨은 “공정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적 의무, 사례가 없었던 시기의 사안에 대해 위반으로 판단했다”며 반박했다.


넥슨은 3일 발표된 공정위 제재와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가 문제로 지적한 2010~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을 공개하지 않던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는 지난해 게임산업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오는 3월 의무화되는데, 그 이전에 있었던 확률 미공개 행위를 위법으로 보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넥슨은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다만 공정위 심사과정에서 저희의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있어, 의결서를 최종 전달받게 되면 면밀하게 살펴본 후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넥슨은 오해 불식에도 나섰다. “이번 사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에 대한 고지의무가 없었던 2016년 이전의 일으로, 현재의 서비스와는 무관하다”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기 이전인 2021년 3월 확률정보를 공개해 자발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확률 0% 알려면 4억5000만원 이상 써야....공정위 “소비자 기만”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파이터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누락해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다며 넥슨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넥슨은 2018년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에서 판매하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거짓, 기만행위에 대하여 공정위로부터 이미 제재를 받은 바 있다”며 “그럼에도 이번 조사 결과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 게임 운영과정에서 소비자의 구매선택에 중요한 요소인 확률 변경 사실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렸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 판매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잠재옵션이 적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도록 큐브의 확률 구조를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 이를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다.


큐브는 게임 내 캐릭터가 장착하는 장비에 부여돼 있는 잠재옵션을 재설정하거나 장비의 잠재능력 등급을 상승시키는 기능을 가진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다.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약 30% 차지하며 넥슨의 수익을 견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넥슨은 2010년 5월 큐브 도입 시 옵션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다. 하지만 당해 9월 15일부터는 큐브 사용 시 나올 수 있는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해당 옵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확률 구조를 변경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한 넥슨은 2011년 8월 4일부터 2021년 3월 4일까지 큐브 사용 시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중복옵션(‘보보보’, ‘드드드’, ‘방방방’ 등)을 아예 나오지 않도록 확률구조를 변경하고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밝히지 않았다. 여기에 ‘큐브의 기능에 변경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으로 거짓 공지까지 했다.


2021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간담회에서 이용자 대표 발언 내용에 따르면 ‘드드드(아이템 드랍률 증가 3중복 옵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95%의 확률로 알기 위해서는 4억5000만원 가량의 큐브를 구매해야 한다.


나아가 넥슨은 2013년 7월 4일 장비의 최상위 등급(레전드리)을 만들고 해당 등급으로 상승이 가능한 ‘블랙큐브’를 출시하면서 최초에는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했다가 그 확률을 당해 12월까지 5개월간 1.4%까지 매일 조금씩 낮췄다. 2016년 1월에는 그 확률을 다시 1%로 낮추고도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버블파이터의 경우 넥슨은 해당 게임 내 이벤트인 ‘올빙고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애초에는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언제나 골든 숫자카드가 나올 수 있도록 확률을 부여하다가 10차~29차 이벤트까지는 매직바늘을 5개 사용할 때까지 골드 숫자카드 출현 확률을 0%로 설정했다. 그리고 이를 알리지 않았다. 나아가 넥슨은 해당 이벤트 관련 공지에서 ‘매직바늘 사용 시 골든숫자가 획득된다’고 거짓 공지했다.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정보는 확률인데, 무형의 디지털 재화 특성상 판매자가 관련 정보를 공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다면 소비자는 이를 알 수가 없다”며 “따라서 이러한 넥슨의 행위는 소비자 선택 결정에 중요사항을 누락해 알리거나 거짓으로 알리는 것으로서 그로 인한 소비자 유인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넥슨은 법위반 기간 동안 약관에 따라 449회에 걸쳐 사소한 변경 사항까지 공지하면서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확률 변경’ 내용만은 알리지 않았다는 점, 수많은 이용자들의 확률 의심 문의가 있었다는 점, 확률정보 공개 이후 환불 요청 등 수많은 민원이 있었다는 점 등을 소비자 유인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번 넥슨 행위는 전자상거래법상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전자상거래법 시행 이후 최초의 전원회의 심의 사건으로서 게임 서비스 제공 사업자의 이용자 기만행위 등에 대해 역대 최다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관련 사업자들로 하여금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넥슨, 모든 확률 공개하고 검증기술 제공...“재발방지 노력해와”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공정위는 넥슨이 자사 게임 ‘서든어택’ 내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의 확률이 전부 다르지만 이를 ‘랜덤’이라고 표현해 마치 모든 확률이 동일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9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넥슨은 2021년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에 다시 휘말렸고 공정위는 당해 4월 현장조사에 나섰다.


확률조작 논란이 잇따라 발생하자 넥슨은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21년 12월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를 개발해 메이플스토리를 시작으로 직접 서비스 중인 PC 및 온라인 게임에 순차 적용했다. 게임 내 확률형 콘텐츠의 실제 적용 결과를 주기적으로 집계해 누구나 쉽게 조회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 도입 이후 확률조작 의혹은 더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넥슨은 추가로 2022년 12월 이용자들이 직접 확률 데이터를 확인하고 스스로 확률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오픈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과거 확률 변경 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는 결국 피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 제재가 국내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참고인으로 참여한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확률공개 의무가 없던 시점에 공개되지 않은 모든 확률 변경 행위에 대해 처벌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결정”이라며 “국내 게임산업 시장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확률 조작 논란에 지속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오는 3월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 이후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거짓으로 의심돼 문체부가 추가 검증 등 조사를 의뢰할 경우 거짓·과장·기만 행위가 있는지 살펴보는 등 협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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