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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정기예금 작년 30조 몰렸지만…이제는 '엑소더스'


입력 2024.01.04 06:00 수정 2024.01.04 06:00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금리 인하 관측에 이자율 3%대로 '뚝'

주식·펀드의 시간…18조 '머니무브'

정기예금 이미지. ⓒ연합뉴스

5대 은행의 정기예금에 지난해만 30조가 넘는 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정기예금 이자율도 올라가면서 자금을 끌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리 인하 관측이 확산되면서 정기예금에 있던 돈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더 나은 투자처를 찾기 위해 대기성 자금으로 이동하는 등 엑소더스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총 849조295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0조8591억원 증가했다.


2022년 말 818조4366억원이었던 정기예금은 지난해 4월 805조7827억원까지 감소했다가 이후 증가세를 보이며 같은 해 11월 868조7369억원까지 불어났다.


정기예금에 돈이 몰린 배경에는 지난해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린 이자율이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정기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 금리도 오른 까닭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까지 한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을 포함해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이후 이 금리 수준을 지난해 내내 유지했다. 이에 따른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3.50%으로 2008년 11월(4.00%) 이후 최고치다.


정기예금 이자율도 오르며 4%대까지 올라섰다. 5대 은행의 지난해 10월 초 주요 예금 상품 금리는 4.00~4.05%까지 찍었다.


정기적금도 이 기간 꾸준히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45조8632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8조6322억원 증가했다. 같은 해 3월 2311억원 감소한 이후 꾸준히 잔액이 불어났다.


다만 최근 다시 글로벌 긴축 정책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예금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말 5대 은행의 잔액(849조2957억원)은 전월 대비로 보면 19조4412억원 감소한 수치다. 한 달 새 20조원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은행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고스란히 다른 투자처를 찾기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몰렸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616조7480억원)은 같은 기간 18조439억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수시입출식 통장으로,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투자 등을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활용된다.


주식시장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증시 예탁금은 56조46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8거래일만에 8조원 이상이 증가한 수치이며, 지난해 8월1일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증시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난 이후 찾지 않은 돈을 의미한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으로도 읽힌다.


금리 인하 전망에 정기예금 이자율이 다시 3%대로 내려오면서 인기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3.50~3.90%로 집계됐다. 두 달 전만 해도 있던 4%대 이율의 상품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또 2022년 말 5%대 고이율로 들어간 정기예금의 만기가 겹쳤는데도 정기예금 잔액이 줄어들은 것은 이 자금이 다시 예금 보다는 주식과 채권 등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긴축 기조를 종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진 까닭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가 정점이라고 언급하고 내년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이후 예금 이자율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 6개월물 금리도 하락세를 타고 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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