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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속속 손실 확정…판매사 '설명의무 이행' 핵심


입력 2024.01.05 11:54 수정 2024.01.05 12:01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손실 본격화에 금융당국 현장검사 돌입

법조계 “서명·녹취 있어도 불완전판매”

과거 DLF 기본배상 55%·고령층 80%

투자 콘셉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조 단위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만기가 도래했다. 홍콩 지수가 고점을 찍었던 2021년 초 이후 발행된 상품들은 H지수가 결국 반등에 실패하면서, 당장 오늘 H지수 종가를 기준으로 손실액 확정 사례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현장 조사에 착수한 금융당국은 일부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 강도를 더욱 높여갈 방침이다. 판매사들은 판매 절차에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가입자들은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홍콩H지수 ELS 판매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불완전판매를 가르는 주요 핵심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TV 화면 갈무리
◆내주 만기 상환 시작…금융권 '폭풍전야'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부터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판매한 12개 판매사에 대해 서면·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이중 홍콩 H지수 ELS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국민은행으로 오는 8일부터 만기가 돌아온다. 국민은행 측은 "8일 H지수 종가를 기준으로 다음날 연계 ELS 상품의 손실이 확정돼 11일께 가입자에게 만기 상환액이 최종 입금된다"고 밝혔다. 은행권이 판매한 H지수 ELS 중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약 9조2000억원인데, 이 중 4조7726억원이 국민은행에서 판매한 상품이다. 당장 이달 만기를 맞는 은행권 규모는 8000억원이다.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이 시작되자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이 조기 분쟁조정을 준비하기 위해 분쟁조정 인력을 대폭 강화하고, 민원을 유형별로 분류해 배상기준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현장검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불가피한 가운데, 배상 논의로 공이 넘어간 것이다.


이복현 지난 4일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일부 판매사에서 한도 관리 실패, 핵심성과지표(KPI) 조정 통한 고난도 상품 판매 드라이브, 계약서 미보관 등 관리 체계상 전반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자기책임투자가 기본 원칙이지만, 과거 파생결합펀드(DLF)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겪은 판매사들이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면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사례 살펴보니...

금융당국 수장이 나서서 판매사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만큼, 손실 배상 여부와 비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홍콩H지수 ELS 가입자 대부분이 "예금상품인줄 알고 가입했다"고 주장하면서, ▲적합성원칙 ▲적정석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 금융소비자보호법 6대 판매원칙 중 설명의무가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금소법 강화로 판매 절차가 까다로워져 불완전판매를 할 확률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서명과 녹취본을 가지고 있고 가입 후에도 가입의사를 재확인하고, 해피콜을 실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법원은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합의2부(정정호 부장판사)는 개인투자자 2명이 하나은행과 소속 프라이빗뱅커(PB)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바 있다.


이들은 각각 DLF에 5억원·1억7000만원을 투자했다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원금 손실사태로 원금 대비 15% 투자금만 돌려받았다. 법원은 판매사들이 상품의 수익·손실 구조를 충실히 안내하지 않았고, 수익성과 안전성만을 강조했다며 은행 책임을 인정했다. 단, 이들이 투자 검토를 게을리 했다며 배상책임은 60%로 제한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서 배상비율은 어느정도 수준일까. 과거 DLF 사례에서 가늠할 수 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을 통해 손실이 난 투자자들의 기본 배상비율을 55%로 하고, 판매 절차 준수 여부와 재투자 경험에 따라 배상비율을 40~80%까지 차등을 뒀다.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자율배상하는 ‘사적화해’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은행권은 현장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적화해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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