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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고 풀고 퍼주고…선거만 닥치면 흔들리는 ‘나라 살림’


입력 2024.01.06 07:00 수정 2024.01.06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공공요금 인상 미루고 감세 정책 쏟아내

전·현 정부 가릴 것 없이 포퓰리즘 여전

선거 때만 되면 나라 살림 ‘쌈짓돈’ 신세

새해 첫 날이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100일 앞둔 1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단에 선거일 날짜가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국가재정이 ‘포퓰리즘’으로 흔들리게 됐다. 전임 정부 때부터 문제가 됐던 공공요금은 다시 인상을 미뤘고, 세금 정책은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선거 때마다 반복하는 포퓰리즘이 이번 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는 4일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전기료와 같은 공공요금을 상반기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전력은 누적 적자가 50조원 가까이 된다.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동안 수년째 전기료 인상을 눌러 한전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는 전임 문재인 정부 때부터 반복해 오던 일이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문 정부의 전기료 인상 억제를 한목소리로 비판해 왔다.


전기요금 ‘폭탄 돌리기’, 전임 정부 때부터 계속


성일종 국민의힘 전(前) 정책위의장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현안점검회의에서도 “원전 발전량을 줄이는 대신 급증한 LNG 발전량으로 평균 공급원가가 급등했고, 한전에선 10회 이상 요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단 한 번밖에 올리지 않았다”며 전임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미룬 것을 강도 높게 꼬집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는 것은 ‘폭탄 돌리기’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어차피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요금 인상을 계속 미루다 보면 나중에 그 충격이 더 크다고 우려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공공요금을 상반기 동결하더라도 이후 인상해 물가가 오르면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결국 고금리 시기만 늘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도 여전히 고물가 위험이 남은 만큼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상반기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카드 사용액이 전년보다 5% 이상 늘어나면 증가분에 대해 10% 추가 소득공제 하기로 했다. 특히 상반기 카드 사용액 증가분은 20% 추가 소득공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면서 카드 사용을 부추기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 총선이 있는 상반기에 돈을 쓸수록 세제 혜택을 더 주겠다고 하는 것은 숨은 의도를 의심케 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수 회복을 위한 정책은 물가 상승과 직결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래 물가라는 게 시장 성장과 연동성을 가지기 때문에 정책은 늘 경기 부양과 물가 관리 사이에서 정교하게 줄타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반복하는 선거용 감세·현금성 지원


방만한 경영을 뿌리 뽑겠다며 공공기관 혁신 과제 가운데 하나로 인력 감축을 내걸었던 정부가 올해 신입 채용 규모는 늘리겠다고 한다. 이 또한 선거를 의식한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재부는 지난 2022년 8월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정원을 원칙적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재부는 비대한 조직과 인력을 줄이기로 하고, 이듬해인 2023년에는 실제로 퇴직자 대비 채용 규모를 줄여 정원 감축을 추진했다.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 공공기관 임원은 “지난해부터 경영혁신을 이유로 힘겹게 인력·예산을 모두 줄여가고 있는데 갑자기 신규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기재부 말은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명확한 지침도 아직 안 내려와서 신규 채용이 정규직을 말하는 건지, 인턴 등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논란이다. 무엇보다 금투세 폐지가 기재부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한 결정인지 의문이다. 기재부가 지난 4일 내놓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금투세 폐지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대통령실과 협의했다”면서도 “언제 협의했느냐는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전임 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치솟는 국제유가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했으나 끝내 요금 인상을 단행하지 않았다.


돈으로 표심 살 수 있다는 ‘망상’ 버려야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정부는 2021년 12월 열린 경제현안조율회의에서 “요금 인상 부담을 차기 정부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는데도 산업부가 제시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고 요금조정 유보를 주장한 기재부 안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여러 차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특히 심각한 위기에 빠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하는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뒤로하고 정부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원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 행태는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끝없이 재생산된다. 임현진 서울대학교 정치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포퓰리즘은 출발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보다 뉴미디어를 통한 여론조성에 의해 집회와 시위를 조직해 세력을 동원한다”고 지적했다.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은 “대중 인기영합적 정책은 단기적으로 유권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선거에서의 승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며 “국민은 미래에 대한 장밋빛 공약보다는 집권 후 실적을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 여부 척도로 삼는다”고 조언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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