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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걸린 수소차 시장…현대차 ‘하드캐리’ 할까


입력 2024.01.09 14:47 수정 2024.01.09 16:42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현대차, 수소에너지 관련 미래 청사진 제시…수소차 사업 ‘속도’

지난해 국내 수소차판매량 4608대…전년比 반토막 수준 ‘역성장’

수요 부진, 부족한 충전 인프라, 신차 부재 등 시장 활성화 저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김창환 전무와 함께 수소솔루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차세대 친환경차로 각광 받던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 시장이 한풀 꺾였다. 지난해 수소차 시장은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소차 시장을 주도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올리기 시작해 다시 대중화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다.


현대차는 9일 개막한 ‘2024년 국제 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서 수소 에너지 관련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앞으로 환경오염 저감과 AI 활용해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길 종합 ‘수소’ 솔루션 ▲사람, 모빌리티, 데이터, 도시를 연결해 최적 생태계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 혁신 등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런 현대차의 움직임은 국내 수소차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이뤄져 주목된다.


수소차는 공기 중 산소가 수소와 반응해 만든 전기로 구동되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전혀 없어 대표적인 차세대 친환경차로 꼽힌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변 초미세먼지를 99% 이상 제거해 ‘도로 위 공기청정기’라는 별명도 있다. 3~10분 정도의 빠른 충전 시간에 한 번에 60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여기에 내연기관이 없어 소음과 진동도 적게 발생한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내 수소차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1~12월, 국산+수입차 브랜드) 국내 수소차 판매량은 4608대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1만336대)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 실적이다.


2020년에는 5865대, 2021년에는 8555대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던 판매량이 지난해 급감했다. 다른 친환경차인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는 지난해에도 견조한 판매실적을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국내 수소차 시장이 부진했던 배경에는 수요 하락, 미흡한 기술력·충전 인프라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수소차 시장은 본격 개화하기 전으로 초기 얼리어답터의 구매가 끝나자 대중적 수요로 이어지지 못했다. 수소에 대한 불신, 충전 인프라 등 문제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지 못했다.


수소차 모델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도 극히 제한적인 점도 한몫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수소차는 2018년에 출시한 현대차 ‘넥쏘’가 유일하다. 상용차로도 현대차 수소전기버스와 엑시언트 트럭이 전부다.


충전 인프라도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에 불편함이 크다는 점도 진입 장벽을 높였다. 현재 수소충전소는 폭발 위험성 때문에 주거지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설치돼야 한다.


현대자동차 넥쏘. ⓒ현대자동차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로서도 선뜻 수소차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내연기관보다 제조·개발원가가 높아 규모의 경제로 단가를 낮춰가야 하는데 현대차는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다.


현대차는 넥쏘 출시 초기에 대당 3000만원 가량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를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수소차 보급에 힘썼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최소 5만대 이상 생산해야 본전, 10만대부터 수익이 나는데 판매량은 1만대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기술력 한계’라는 속사정도 있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내연기관차의 엔진 내구성은 통상 30만~40만km인 반면 넥쏘의 수소연료전지는 반토막 수준인 16만~20만km에 불과하다. 연료전지가 수명이 다한 뒤 AS나 리콜 등 비용 부담 문제가 발생해 수소차 개발과 출시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아직은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며 “내구성이 30만km되는 엔진을 개발할 때까지 후속 모델을 출시하지 말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주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수소 생태계 구축에 미온적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내 수소충전소는 2018년에 본격 구축됐으며 2020년부터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도별 설치된 수소 충전기 누적 개수는 2020년 70기, 2021년 170기, 2022년 229기, 2023년 300기로 늘어났다. 2025년까지 450기로 확대할 계획이며 최종적으로 2030년 수소차 30만대, 충전기 660기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부가 2022년 발표했던 기존 계획은 지난해 350기 설치였으나 실제 설치된 충전기는 300기 미만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현대차 이동식 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하고 있는 넥쏘.ⓒ데일리안 DB

국내 수소차 시장 활성화 열쇠는 현대차그룹이 쥐고 있다. 국내 수소차 판매량은 전부 현대차에서 나오기에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전략에 따라 국내 수소차 시장 방향성이 정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현대차는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HTWO는 그룹 내 각 계열사와 함께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의 모든 단계에서 고객의 다양한 환경적 특성과 니즈에 맞춰 단위 솔루션(Grid)을 결합해 최적화된 맞춤형 패키지다. 앞으로 HTWO Grid솔루션으로 수소 산업의 모든 밸류체인을 연결할 계획이다.


수소 생산 관련 다양한 기술개발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친환경 수소인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해 현대차는 수 년 내 메가와트(MW)급 PEM수전해기 양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승용 수소전기차(FCEV)분야에서도 시장 리더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넥쏘 후속 모델을 2025년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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