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예규, 교체주기 재판장 2년, 배석판사 1년 규정…각각 3년, 2년으로 늘릴 전망
천대엽 대법관 15일 행정처장 취임하는 대로 법원 내부망 통해 의견수렴…개정 진행
법원장 사무분담 권한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주요사건 재판부에 실력있는 법관 투입
조희대 대법원장이 형사재판 중간에 재판장이 교체돼 1심만 4~5년씩 걸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로 했다. 현행 재판장 2년, 배석판사 1년인 재판부 교체 주기를 각각 3년, 2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15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최근 법원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2월 법관 정기인사에 맞춰 법관들이 한 재판부에서 오래 근무하도록 사무분담 장기화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법원장들이 올해 사무분담에 곧바로 반영할 수 있도록 미리 법원 예규를 개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현재 법원의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는 재판부 교체 주기를 재판장 2년, 배석판사 1년으로 규정한다. 이를 재판장은 3년, 배석판사 2년으로 각각 늘리겠다는 게 조 대법원장의 복안이다.
법원 예규 개정은 법원행정처장의 권한이어서 천대엽 대법관이 15일 신임 행정처장에 공식 취임하는 대로 법원 코트넷(내부망) 공지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원 안팎에선 잦은 재판부 교체에 따른 '사건 심리 단절과 중복'으로 재판 지연이 더욱 심화한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재판부가 바뀌면 새로 투입된 법관을 위해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하는데 피고인이 원할 경우 주요 증인신문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다시 들어야 해 심리가 늘어지곤 했다.
지난 8일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재판장인 강규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법관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에서 "이 대표의 재판 지연 전략에 충실히 복무했다"는 비판이 들끓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1심만 5년째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의 경우 2021년 2월 재판부 전원이 교체되면서 “형사소송법 원칙대로 갱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피고인들의 요구에 따라 약 7개월간 과거 증인신문 녹취 파일을 재생한 적도 있다.
사무분담 장기화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부터 논의됐지만 실행에 옮기긴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 관계자는 "젊은 판사들이 1년마다 민·형사 사건을 두루 경험하고 싶어하다보니 장기화가 쉽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면서도 "재판 지연을 해소해야 한다는 조 대법원장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도 “가장 시급한 사법부 문제는 재판 지연으로, 사무분담 장기화 등을 통해 1심 전문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새해 2일 시무식에서도 “각급 법원의 실정에 맞는 사무분담 장기화를 통해 심리의 단절과 중복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 대법원장은 주요 사건 재판부에 실력 있는 법관을 투입할 수 있도록 법원장의 사무분담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과거엔 법원장 단독으로 소속 법관의 영장전담 또는 형사·민사 재판부 배치를 결정했지만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법관 사무분담위원회’를 만들어 ‘보직 배치’에 일선 법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도록 바꿨다.
조 대법원장은 조만간 법원장 및 수석부장판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이런 화두를 띄우고 우수 사무분담 경험 등을 공유 받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