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다가오며 예비후보 정체성 논란
文정권 때 이력에 '김어준'까지 등장
검증 선언에 시청 기자회견 자청까지
"난 희생자…金 사건 담당검사 아냐"
북구와 남구·울릉군 2개의 선거구로 이뤄진 '경북 정치 1번지' 포항에서 22대 총선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의 보수정체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예비후보들의 보수정체성을 직접 검증해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15일 포항시애국단체총연합회(연합회)에 따르면, 연합회는 최근 "이념적 정쟁에 몰입된 정치가 초래하고 있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다가오는 4·10 총선이 진보와 보수, 좌익과 우익의 이념 전쟁으로 벌어져가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포항이 가진 보수의 가치와 자부심을 지켜야 한다. 올바른 예비후보자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연합회는 포항 남구·울릉군과 북구에 출마 선언을 한 각 총선 예비후보자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거나,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청문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정체성 검증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이명박정부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 이상휘 예비후보(경북 포항 남울릉)와 IT 전문가 권용범 예비후보(경북 포항 북), 의사 출신 이재원 예비후보(경북 포항 북)의 검증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는 포항 남·울릉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한 검사 출신 최용규 예비후보에 대한 검증도 진행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예비후보는 지난해 10월 11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를 선언했는데, 당시 캠프 참여 인사의 보수 정체성과 관련한 질문이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예비후보의 선거 캠프에 과거 이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고(故) 허대만 전 포항시장 후보 캠프 출신 인사들이 일부 가담해 있다는 문제제기가 이뤄졌던 것이다.
허대만 전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허대만 동지께서 지난 30여년 동안 7번의 선거에 출마해서 7번 낙선했지만 끝까지 굴하지 않고 당의 깃발을 지키셨다"며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는 일념으로 광주에서의 콩이 대구에서도 콩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이 부서지고 찢겨진 동지에게 우리 민주당은 갚을 수 없는 큰 빚을 졌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을 정도의 민주당 거물급 지역 인사다.
이와 관련, 최 예비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해당 캠프 인사들은 이미 민주당을 탈당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에 따르면 연합회는 최 예비후보가 문재인정부 초창기 법무부 법무검찰개혁단장을 지냈던 점이나, 방송인 김어준 씨의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던 서울북부지검의 부장검사로 있었던 점을 문제삼는 여론이 있어 이 또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주도했던 문재인정부 초창기 법무부 법무검찰개혁단 관련 이력에 대한 문제제기에 최 예비후보는 이날 포항시청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법무검찰개혁단장 시절 적법절차를 주장했다가 6개월만에 인사 조치가 됐다"며 "나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엉터리 검찰개혁의 첫번째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방송인 김어준 씨 명예훼손 고소 사건 무혐의 처리와 관련해서는 "당시 담당 검사가 아니었고 담당 검사는 따로 있었다. 법리적으로 정당하게 해석해서 '혐의없음' 결론이 나온 것"이라며 "김어준 씨 같은 인사라면 대검에도 보고가 올라갔을텐데, 대검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혐의없음' 결론에 승인을 해준 것 아니겠느냐. 그게 문제가 있다면 대검을 포함해 결재라인에 있는 모든 인사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총선 출마자의 이념적 논란에 대한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정체성 검증은 전례 없는 사례"라며 "일부 예비후보의 보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