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내부에서 관리 잘 안 됐다는 평가 있지만…구조적으로 만들어진 부분 틀림없이 있어"
"초대 처장으로서 기반 마련하는 게 중요했다고 생각…완성 안 됐지만 어느 정도 마련"
"비판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오해 많아…구구절절하게 얘기 보다 역사의 평가 받을 것"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초심 잃지 말고 할 일 하자' 말하고 싶어"
오는 20일 퇴임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김진욱 처장이 "3년 임기는 (검사들의) 신분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다. 연임된다는 보장도 없고, 정년이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어떤 회사에 가고 일을 할 때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해야 '내 조직'이라고 생각하고 뿌리를 내리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강조했다.
16일 김 처장은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부에서 관리가 잘 안됐다는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밑에 깔린 구조가 이런 걸(상황) 만든 부분이 틀림없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처장은 이날 "(공수처라는) 새로운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데 25년이 걸렸다"며 "시행된 지는 3년이 됐다. 이 제도가 우리나라 사법 질서 안에서 잘 정착하고 작동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어떤 사건을 진행해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대 처장으로서 기반을 마련하는 게 중요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한 게 있다면, 완성은 안 됐지만 후임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인적 기반과 물적 기반, 규범적, 시스템적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하고 나간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를 둘러싸고 나오는 여러 가지 지적에 대해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오해가 많다"면서도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사, 수사관들이 여기 와서 일을 해보면 어떤 중압감이 있다. 우리는 대부분 민감하고 정치적 함의가 있는 사건들이라 검찰청과 바로 대비할 수 없다"며 "여건도 좋지 않고 인력도 부족하다. (검사의) 3년 임기는 신분 불안을 야기하는 거다. 연임된다는 보장도 없고, 정년이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회사에 가고 일을 할 때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해야 '내 조직'이라고 생각하고 뿌리를 내리는 것"이라며 "내부에서 관리가 잘 안됐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밑에 깔린 구조가 이런 걸 만든 부분이 틀림없이 있다"고 부연했다.
공수처와 관련해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이미 법안도 꽤 나와 있고 학자분들이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한 게 있다"며 "검사의 신분이 불안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또 공수처법에 보면 아예 없거나, 다른 기관과 조금 배치되는 것처럼 해석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후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자 "어쨌든 이 조직을 25년 동안 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있지 않았느냐"며 "25년간 그랬다는 건 필요한 조직이었다는 거다.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초심을 잃지 말자, 초심을 잃지 말고 할 일을 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차기 처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는 "차기 처장이 오면 과제가 무엇인지는 금방 파악할 것이다. 제가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제 의견이 아닌 학계의 지적을 말씀드리자면, 공수처법 원안에는 (다른 수사기관 등과)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그 조항이 없어진 게 아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떤 기관이 새로 생겼을 때 임의로 협력이 되기가 쉽지 않다.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ICAC)도 갈등이 굉장히 많았다. 이 부분에서 법으로 협력하라고 돼 있지 않으면 자발적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