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맹추위에 ‘벽돌’된 전기차...충전기 앞에서 발만 동동

중북부 체감온도 북극 수준…NYT "테슬라, 인프라 구축에 소홀한 탓"

지난 16일 미국 덴버주의 한 테슬라 충전소에서 한 운전자가 차를 충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 시카고 등 중북부 일대에 최강 한파가 몰아치면서 전기자동차가 방전되거나 갑자기 멈추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시카고 지역 등에서 전기차들이 강추위를 이기지 못해 배터리가 방전되고 주행거리가 갑자기 줄어드는 등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 일대의 체감온도는 북극 평균기온과 비슷한 영하 34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카고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소는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전기차 운전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엔지니어 닉 세티는 “강추위 때문에 차량 문도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며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왔지만 충전소에 사람이 너무 많아 그곳에서도 몇 시간을 더 대기해야 했다. 전기차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빨리 방전된다는 특성을 갖는다. 낮은 온도에서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떨어지며 전지의 내부저항이 증가한 탓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의 잭 브로워 기계공학과 교수는 “모두가 알다시피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는 기온이 낮아지면 작동이 어려워진다”며 “현재 기술로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NYT는 이날 시카고를 포함해 미 중북부 지역에 있는 미주리주와 미시간주, 위스콘신주에서 비슷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북유럽 등에서는 이 같은 배터리 대란이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며 “이는 전기차가 문제가 아니라 테슬라 등 전기차 회사들이 인프라 구축을 소홀히해서 발생한 문제”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