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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퇴직연금 점유율 제자리 걸음…수익률도 ‘미지근’


입력 2024.01.20 07:00 수정 2024.01.20 07:00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은행권 적립액 52%…증권업 23% 불과

존재감·매력 부재에 머니무브 ‘미미’

디폴트옵션에도 은행권 쏠림 강화 전망

한국투자증권 본사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국내 퇴직 연금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여전히 은행들에 비해 큰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시행 이후 머니무브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기대됐던 사정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부문에서도 증권사로 유입되는 자금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증권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86조7397억원으로 전년 말(73조5660억원) 대비 13조1737억원(17.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적립금 증가세에도 시장 점유율은 22%에서 23%로 제자리 걸음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권으로 유입된 자금 규모가 더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98조481억원으로 전년(169조7184억원) 대비 28조3297억원(16.7%) 늘어났다. 전체 대비 비중 2년 연속 과반 이상인 각각 51%, 52%를 기록했다.


각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가장 큰 순증 폭을 기록한 곳도 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은 작년 한 해 확정기여형(DB)·확정기여형(DC)·개인형 퇴직연금(IRP) 모두 늘어나며 전년 대비 6조4349억원 증가했다. 반면 증권업에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4조2067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의 존재감과 매력이 부재하면서 머니무브(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돈이 이동)가 미미한 상황이다. 증권업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은행권과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면서 퇴직연금을 옮기고자 하는 수요가 미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말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 평균 수익률(최근 1년 기준)은 DB형 4.44%, DC형 3.91%, 개인형 IRP 3.62%로 나타났다. 원리금 비보장 평균 수익률은 DB형 8.77%, DC형 14.14%, 개인 IRP 13.05%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적립금 상위 4개 증권사(미래에셋·현대차·한국투자·삼성)의 원리금 보장 평균 수익률은 DB형 4.79%, DC형 4.37%, 개인형 IRP 4.28%로 집계됐다. 원리금 비보장 평균 수익률은 DB형 8.94%, DC형 15.39%, 개인 IRP 14.18%로 집계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시장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됐던 디폴트옵션에서도 은행권의 독주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퇴직연금 사업자가 사전에 지정해 둔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퇴직연금 운용 수익을 높이거나 안정적인 유지를 선택할 수 있으며 서비스 시행 초기에는 운용 수익이 높은 증권사로 적립금이 대거 이동할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지난 7월 디폴트옵션이 본격적으로 시행에도 불구하고 큰 효과를 보이진 못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디폴트옵션 적립액은 5조1095억원인 가운데 이 중 4조3998억원(86%)이 은행에 적립됐다. 반면 증권업권은 2188억원으로 4% 수준에 불과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내내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이 증권사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이라며 “디폴트옵션 상품의 경우도 아직 은행권과 증권사의 포트폴리오가 비슷한 경우가 많아 올해 오히려 은행권으로의 유입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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