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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홍수·극한의 가뭄…법 만들고 제도 바꿔도 남은 ‘과제’


입력 2024.01.25 07:00 수정 2024.01.25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시행 앞둔 물순환촉진법·도시침수방지법

입법조사처, 보고서 통해 입법 과제 지적

‘물관리위’ 활용 부처 간 협업·업무조정

물순환 개념 자연 넘어 ‘인공’까지 확대

지난해 4월 전남 순천시 상사면에 있는 주암댐이 말라붙어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잦은 가뭄과 홍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법까지 제정했으나, 여전히 제도적 허점이 남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기후위기 심화로 극한 가뭄과 전례를 찾기 힘든 집중호우가 빈번해지자 ‘통합물관리 정책’을 바탕으로 전면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물순환촉진법, 도시침수방지법 등을 제·개정했는데, 오는 3월과 10월 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 전문가들은 여전히 ‘허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물관리 분야 10대 핵심과제를 바탕으로 ‘물 안심 사회 구현’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기후위기를 고려한 스마트 홍수관리 ▲극한가뭄과 증가하는 미래 물 수요 대응 ▲녹조·수질사고·미량오염물질로부터 선제적 대응체계 구축 ▲상수도 전 과정의 안전관리 강화 ▲모든 지역이 차별 없이 누리는 물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급수 취약지역에 안정적 물 공급 ▲하천시설 연계 운영으로 수량·수질 통합 관리 ▲물 자원을 활용한 탄소중립 이행 ▲모든 세대·생명이 혜택받는 물 ▲물 기술 자립화 및 수출경쟁력 확보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계획이다.


물정책 극대화 관련법 올해부터 본격 시행


환경부는 지난해 통합물관리 정책 효과를 키우기 위해 뼈대라 할 수 있는 ‘물관리기본법’을 기초로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물순환촉진법)’과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도시침수방지법)’을 제정했다.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물순환촉진법은 도시지역에 사회기반시설이 집중해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기 힘들고, 이 때문에 물순환 체계가 왜곡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물순환 체계는 수자원 개발과 이용뿐만 아니라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 발생과 밀접해 지속·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물순환촉진법은 ▲깨끗하고 안전한 먹는 물 공급 ▲수생태계의 보전·관리와 수질개선 ▲가뭄·홍수 등 재해 예방 ▲강수 침투·저류 등 물순환 체계 정비 ▲하수 재이용, 중수도 설치 등의 내용을 다룬다.


도시침수방지법은 기후변화와 도시화에 따른 대규모 홍수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도시 하천 유역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제정했다. 주요 내용은 ▲기후변화를 고려한 정책 수립 ▲설계기준 및 설계빈도 강화 적용 ▲도시침수 예보체계 구축 등이다.


추가로 환경부 장관이 10년마다 도시홍수 예방을 위한 법정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물재해종합상황실이나, 도시침수예보센터 등의 설치·운영 근거도 담았다.


부처 간 협업 어려운 구조…정보시스템 통합 필요


전문가들은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건전한 물순환 체계 구축과 도시홍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부처 간 협업체계가 부실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물관리 분야 기후위기 대응 입법 현황 및 향후 과제-홍수, 가뭄 등 수자원 분야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관련법을 제정했으나, 환경부 단독으로 건전한 물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도시홍수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물순환 체계 개선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업무와도 밀접하게 연관됨에도 환경부 소관 사항만을 규정한다”며 “도시침수방지법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폭우가 쏟아진 충남 공주시 공산성 내 만하루가 물에 잠겨 있다. ⓒ보건복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침수방지법은 입법과정에서 업무 영역을 둘러싼 논란으로 부처 간 협업과 업무조정에 관한 사항이 대부분 삭제됐다. 이 때문에 환경부가 수립한 법정계획이 다른 부처에서 수립하는 관련 계획과 상충·중복될 경우 이를 조정하는 기능이 부실하다.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를 위해서는 관련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수집·구축해 효과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물순환촉진법에서 규정하는 물순환정보시스템은 구축 대상 자료의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 결과적으로 이미 구축된 정보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보고서 의견이다.


먼저 수자원과 수질 분야 정보시스템을 통합하고 물순환촉진과 도시침수 예방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추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환경부가 국토부 소관 수자원 업무를 넘겨받아 ‘물관리 일원화’를 구축했으나, 수자원·수질정보시스템 등 일부는 예전처럼 분야별로 나눠 운용 중이다.


‘맑은 물’ 개념 상하수도까지 넓혀야


보고서는 현재 ‘자연계’만을 대상으로 하는 물순환의 법적 정의를 ‘인공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행 법률로는 물순환을 정의하면서 자연계만을 대상으로 하고, 상하수도와 같은 급·배수시설 영향을 받는 인공계 물순환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특히 물순환촉진사업을 통해 설치·운용하는 물 재이용시설, 수질오염방지시설, 수도, 수자원시설, 유출 지하수 이용시설, 하수도, 하천시설 등은 인공계 물순환 과정에 포함되므로 법에서 정한 ‘물순환 정의’와 물순환 촉진사업 범위가 충돌하는 상황이 생긴다.


현재 ‘물환경보전법’에 근거해 환경부 장관이 5년마다 비점오염원 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 마련한 물순환촉진법에도 내용을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내용이 겹치는 부분도 손봐야 한다.


사업 중복과 예산 낭비 우려도 나온다. 비점오염원 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추진하는 물순환 체계 개선 사업은 비점오염원 관리 사업에 포함한다. 이 경우 단일 사업보다 시행 효과가 떨어지고, 물순환촉진법에 근거해 향후 시행할 물순환 촉진 사업과 겹칠 우려가 있다.


환경부 “제도 시행 후 우려되는 점 세밀히 살필 것”


보고서는 예상하는 문제들을 풀기 위해 먼저 부처 간 협업체계 구축과 업무 범위 조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환경부 물관리 계획이 다른 부처와 상충하면 심의를 거쳐 계획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수자원과 수질 분야 정보시스템을 통합한 가칭 ‘통합물관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이를 기반으로 물순환 기초자료 및 도시침수방지시설 등 관련 자료를 추가해 정보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순환의 법적 정의를 ‘인공계’까지 확대하는 문제는 물관리기본법과 수자원법에 물순환 정의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비점오염원 관리 종합대책에서 수립하는 ‘중장기 물순환 목표’를 물순환촉진기본방침에 포함하도록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중장기 물순환 목표는 비점오염원 관리보다는 물순환 촉진 시책에 따라 수립하는 게 법체계 정합성과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법을 시행하기 전인 만큼 보고서에서 우려하는 부분들은 법 시행 이후 관련 부처들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실제로 발생하는 문제점은 보완하고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은 개선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등으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물빼기와 인명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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