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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주총 시즌…기업 경영권 분쟁 '분수령'


입력 2024.01.31 07:00 수정 2024.01.31 07:00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한미약품그룹·고려아연 등 내달 표대결 승부 전망

한국앤컴퍼니도 갈등 불씨 여전…"법적공방 지속"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경영권 분장에 휩싸인 기업들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자료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거나 재점화 우려가 있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던 이들은 주총 전부터 법적 소송과 지분 경쟁을 벌이는 등 논란의 불씨를 키우는 양상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저지하면서 내달 주총을 앞두고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을 선언하고 신주 발행을 추진하자 임종윤·종훈 사장은 이에 반대하고 지난 17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후 두 사람은 이달 24일 공시를 통해 각각 모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의 지분상 특수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형제의 결정은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다음달 주총에서 통합을 둘러싼 표 대결이 이뤄질 것을 대비한 것으로 분석된다. 송 회장 측과 의결권을 따로 가져가기 위해 특수 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모녀와 형제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12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한미사이언스와 OCI 홀딩스(OCI 지주회사)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3%를 갖고 반대로 장녀인 임주현 사장이 OCI홀딩스의 10.4%를 갖는 것이 골자다. 이번 통합이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지배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임종윤·종훈 사장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그룹 내에서는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되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다만 이번 지분 취득 거래는 양사 모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뤄진 만큼 전면 무효화 등의 불발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본사 전경. ⓒ한미약품그룹.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집안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집안의 지분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주총 표 대결을 준비해왔다.


영풍그룹은 지난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의 설립 이후 3대째 공동 경영을 하면서 영풍과 전자계열은 장씨 일가가, 주력 계열사인 고려아연 등은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아왔다. 최씨 일가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15.35% 수준이지만 최근 현대차와 한화, LG 등 대기업을 끌어들여 33.25%까지 우호세력을 확보했다.


이에 다음달 예정된 정기 주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11명인 고려아연 이사진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의 임기가 내달 만료되고 여기엔 진 고문과 최 회장도 포함돼 있어서다.


만약 주총 전 열릴 이사회에서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인 장 고문의 재선임 안건 상정이 무산되고 최씨 일가가 이사회 장악에 나설 경우 주총 표 대결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장씨 일가도 최 회장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앤컴퍼니도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실패하며 차남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형제의 난’이 일단락됐지만 추가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다.


MBK파트너스가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경영권 인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15일 조양래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 시세조종 등이 의심된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도 변수다.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자신의 지분 전량인 23.59%를 조 회장에게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자 이에 반발한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한정후견제도는 고령 등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이 후견인을 통해 재산 관리를 받는 제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고문 측의 실패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법적 분쟁으로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투자 측면에선 한국앤컴퍼니가 앞으로도 경영권 방어를 공고히 해야 할 입장이라는 점에서 주주환원 강화가 예상된다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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