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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10년 이어온 빨간색 머리 드라큘라, 이번이 마지막” [D:인터뷰]


입력 2024.01.31 09:26 수정 2024.01.31 09:3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빨간색 머리 드라큘라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입니다.”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드라큘라 백작은 검은 포마드 머리 스타일이 아닌, 피를 연상케 하는 빨간색 머리의 소유자로 여겨진다. 2014년 뮤지컬 ‘드라큘라’ 초연부터 다섯 번의 시즌, 햇수로 10년간 김준수가 남긴 강렬한 인상 때문이다. 그런 김준수가 빨간색 머리 드라큘라에게 작별을 고했다.


ⓒ오디컴퍼니

“초연에서 상징적인 드라큘라의 모습이 아닌, 시각적으로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피가 전이된 듯한 느낌으로요. 사실 그 시즌만을 위해서 했던 건데 생각지도 못한 큰 사랑을 받아서 지금까지 하게 됐죠(웃음). 그런데 생각보다 관리가 쉽지 않아요. 5일마다 새로 염색해야 하고, 침구랑 소파도 빨갛게 물들더라고요. 이번 시즌에도 고민을 했는데 ‘초심을 잃었다’고 할까봐. 하하. 제작사에서도 ‘그럴 거면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드라큘라’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빨간색 머리 드라큘라는 진짜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400년간 한 여인을 기다리며 사랑한 남자 드라큘라 백작의 애절한 이야기를 다룬다. 10년째 드라큘라를 연기하는 김준수는 그간의 모든 시즌에 참여한 유일한 배우다. 전 시즌보다 나은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 안에서도 그는 매번 새로운 드라큘라를 만들어 낸다. 김준수는 “(새로움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디테일하게 들여다 보면 뉘앙스와 어휘, 템포의 차이 그리고 새로운 캐스트들과의 호흡을 통해서도 달라지는 부분이 정말 많아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돼요. 그것 또한 새로운 재미 포인트죠. 이미 공연을 본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려면 이전 시즌보다 잘해야 하잖아요 이번 시즌에는 다정함에 초점을 맞췄어요. 화내고 윽박지르는 건 몸에 익었으니, 흡혈귀가 되기 전 인간이었을 때의 다정하고 상냥했던 면모를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디컴퍼니

오랜 세월 ‘드라큘라’와 함께 한 만큼, 그저 연기하는 것만 아니라 대사가 넘버의 흐름 등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도 김준수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는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는 장면 ‘그녀’(She)가 다표적이다. 곡과 별도로 있는 드라큘라의 긴 대사를 곡의 일부로 삽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는데 받아들여졌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김준수는 ‘드라큘라’의 드라큘라 백작을 포함해 ‘데스노트’의 엘, ‘엘리자벳’의 토드 등 판타지적인 인물에 유독 특화되어 있다.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 몸을 쓰는 것에도 자유롭고, 김준수 특유의 목소리 덕분이다. 이런 김준수의 강점은 ‘모차르트!’(2010)를 시작으로 다수의 뮤지컬을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려놓고, 여전히 최고 티켓파워를 가질 수 있도록 한 부분이기도 하다.


“미래를 보고 왔다면 지금의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작품 할 때마다, 매 순간, 매 회, 매 씬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방송에 나가지 못해서 뮤지컬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았는데 원망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꾸준히 하면 알아줄 거라는 마음 뿐이었죠. 다른 배우의 자리를 뺏은 게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서 인정받기 위해선 다른 배우들보다 스스로에게 더 혹독했던 것 같아요.”


올해는 가수 데뷔 20주년이기도 하다. 실상 데뷔 그룹이었던 동방신기 활동보다, 훨씬 긴 기간을 김준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왔고 이젠 ‘가수’보다 ‘뮤지컬 배우’라는 소개가 더 익숙해졌지만 가수로서의 시간들은 김준수를 더 강하게 성장시킨 계기이자 발판이었다.


“신기해요. 10주년 행사를 하면서도 20주년까지 공연을 하고,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그룹 활동 이후로도 매년 콘서트를 열고 있고, 100%는 아니지만 활동에 제약도 많이 풀렸고요. 오랜 시간 버티나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어 감회가 새로워요(웃음).”


“이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기적이고, 복받은 사람이죠. 앞으로도 대중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자 합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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