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재건축, 대주단 경매 절차 통보
조합 집행부 vs 비대위 소송전, 반복된 시공사 교체도 문제
“강제 경매 막자”…남양주시, 전문가 파견 등 지원방안 검토
“진주아파트는 답이 없어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삼창·양지 아파트는 진주아파트보다 늦게 재건축을 시작했는데도 2022년 다 지어졌다니까요. 철거 때문에 설치한 펜스 때문에 불편한 점도 이만저만 아니에요”(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 인근 아파트 공인중개사 대표)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1구역(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안팎으로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브릿지론 만기 연장 불가 통보와 함께 강제 경매 절차를 밟게 되면서 조합원들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조합에서는 매각을 막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수년째 중단된 사업을 재개할만한 타개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지난 2일 찾은 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은 조용했다. 아파트들 사이로 철거를 위해 쳐놓은 펜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시공사인 서희건설이 펜스에 걸어둔 현수막은 빛이 바랜 지 오래였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대주단이 통보한 기한인 지난달 29일까지 브릿지론 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 수순을 밟게 됐다. 조합이 갚아야 하는 금액은 브릿지론 원금(710억원), 이자(87억원), 주간사 미지급수수료(15억원) 등 총 812여억원이다.
그동안 조합은 집행부와 비대위 간의 소송전과 시공사 교체 등 지난한 갈등을 여러 차례 겪으며 대주단으로부터 받은 고금리의 브릿지론 이자를 제때 납부하지 못했다. 이에 여섯 번이나 대출 만기를 연장해줬던 대주단도 조합에 만기 연장 불가능을 통보하고 경매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대로 경매절차가 진행돼 아파트가 통매각되면 조합원들은 강제로 현금청산을 받고 분양권을 박탈당하는 등 재산상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진주아파트 재건축은 아파트 주민들의 숙원이었다. 기존의 1231가구의 구축 아파트를 허물고 1843가구를 건설하기 위한 재건축 사업은 지난 2009년 조합설립인가 후 2012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2014년 이주·철거가 이뤄지며 정상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현재 10년여 동안 삽도 뜨지 못한 채 현장은 방치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조합 내부 갈등으로 집행부가 부재 상태라는 점이다. 공사비 인상 문제 등으로 내홍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비대위가 지난해 4월 조합장 해임총회를 열어 해임안건을 통과시키고 조합장은 해임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항고심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원 A씨는 “조합 집행부와 비대위가 소송전을 하는 동안 문제가 크게 악화됐다”며 “일단 조합이 정상화돼야 매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텐데 쉽지 않아보여 걱정이 크다. 해임된 조합장은 조합장 지위를 되찾아 대주단과 협상을 하려는 거 같다”고 말했다.
시공사와의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 2009년 조합은 두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2015년 서희건설로 교체했고 이후 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두산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들어왔다. 하지만 서희건설이 시공사 지위를 되찾기 위한 소송에 승소한 이후에도 갈등이 지속되면서 사업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서희건설은 “재건축이 잘 타결되고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공사로서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현재 조합 집행부가 해체되면서 난감한 상황이다”며 “일단 조합 내부에서 정상화가 이뤄져야 조합과 협력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아나갈 수 있을 거 같다”고 주장했다.
다만 강제경매 절차 진행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그전까지 조합원들은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남양주시에서도 진주아파트 재건축 정상화를 돕기 위해 전문가 파견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고 시에서도 전문가 파견 등 다각도로 문제 해결을 위한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조합 분쟁은 사실 해결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다”며 “전문가를 파견한다고 해도 소송 등이 얽혀있기 때문에 결국 법적으로 해결이 나야할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