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공급부족 맞물려, 아파트 전세 쏠림 심화
임대차 2법 후 4년, 만개도래 계약 ‘줄줄이’
입주물량 대폭 줄어…임차인 주거불안 가중
올해 들어 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역전세난 불안감이 확산했는데, 불과 반년 만에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셈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6% 상승했다. 일주일 전(0.07%) 대비 상승폭은 줄었지만, 37주 연속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집계를 보면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는 최근 12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월 9억원대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3억원가량 올랐다. 또 마포구 소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는 이달 7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월 이곳 같은 평형대 전셋값은 5억5000만~6억원대 수준이었다.
수요가 늘면서 전세매물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17개 시·도 가운데 1년 전과 비교해 전세매물이 늘어난 곳은 제주(18.4%) 한 곳에 그친다.
수도권에선 인천이 1만4596건에서 8151건으로 44.2% 빠졌고, 경기가 6만4721건에서 3만9576건으로 38.9% 감소했다. 서울은 5만3183건에서 3만4159건으로 35.8%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전세시장이 요동치는 데는 고금리와 집값 추가 하락 기대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대내외 경기 불안과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관망세로 돌아선 매매수요가 전세로 옮겨간 탓이다. 갱신 계약을 선택하는 수요가 늘면서 신규 매물도 감소하는 추세다.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전세사기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앞으로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 전세대란에 불을 지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1000가구를 밑돈다. 지난해 3만2000여가구 대비 2만1000가구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최저다.
하반기로 갈수록 전세난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한 사이클을 돌고 오는 7월께 4년(2+2)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된 임대차 2법은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됐다. 임차인이 원하면 2년 계약 만료 이후 2년 더 거주할 수 있고, 계약 연장시 전·월세 상한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당시 신규계약에 나서는 집주인들은 한동안 보증금을 시세 수준으로 올리지 못할 것을 우려해 4년 치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려받아 전셋값이 폭등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 갱신권을 사용하고 만기 도래하는 전세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집주인들이 큰 폭으로 전셋값을 올려 신규계약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전세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전세시장 혼란이 가중될 거란 관측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시장에 머물면서 매수 시기를 조율하는 수요가 늘면서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앞으로 입주 물량도 대폭 줄어 전셋값이 오르면 결국 매매가격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시장 불안으로 임차인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