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영업익 반토막, SK바사 적자전환
엔데믹 기저효과…독감·코로나 백신 접종↓
녹십자, 美 진출 혈액제제 ‘알리글로’ 사활
SK바사, 글로벌 집중…백신 포폴·R&D 확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너도나도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로 대표되는 ‘백신 명가’들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몇 년간 백신 매출을 부양했던 팬데믹이 지난해 마침표를 찍으면서 성장의 날개를 잃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344억원을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7.6% 줄어든 실적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누적 영업손실 12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양사는 저조한 실적의 배경을 모두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3년 4개월만에 공식적으로 엔데믹을 선언했다. 백신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에게는 백신 접종에 대한 피로도가 점차 높아졌고 민감도는 낮아졌다”며 “이에 코로나19 백신뿐만 아니라 독감백신 등 백신 자체에 대한 접종률이 팬데믹 기간 대비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녹십자는 독감 백신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백신사업 매출이 감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그간 매출을 책임졌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매출이 사라지면서 그 기저효과가 연간 매출 및 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양사는 이런 실적 부진의 늪을 벗어나기 위한 타개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계속된 실적 부진으로 조직 통폐합, 인력 재배분 등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실적과 함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주가 부양을 위한 실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녹십자의 타개책은 ‘혈액제제’다. 혈액제제는 백신과 함께 녹십자 매출을 이끄는 두 축 중 하나다. 녹십자는 지난해 12월 알리글로(액상형 면역글로불린제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알리글로는 국산 혈액제제로는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 미국은 알리글로의 적응증인 1차성 면역결핍 질환의 최대 시장으로 시장 규모는 13조원에 달한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를 알리글로 미국 출시 시기로 정했다. 연간 매출 목표는 5000만 달러(약 660억원)로 녹십자 혈액제제 연간 매출의 7분의 1이다. 수익성도 잡는다는 계획이다. 녹십자는 고가의 특수 의약품을 취급하는 전문 약국을 주요 공급 채널로 정하고 높은 약가 취득을 통한 고마진 전략을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알리글로는 연평균 50% 성장률로 오는 2028년까지 매출 3억달러 창출이 목표”라며 “하반기 알리글로 미국 시장 진출 등 신규 사업 확대를 통해 매출 한 자릿수 중반대 성장 및 수익성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실적 반등을 위한 기반을 닦는다는 방침이다. 회사가 선택한 무대는 ‘글로벌’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포트폴리오 확대 ▲연구개발(R&D) 인프라 고도화 ▲스카이쉴드(글로컬라이제이션) ▲넥스트 팬데믹 대비 ▲신규 바이오 영역 진출을 신성장 계획의 핵심으로 꼽았다.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의 계획이다.
일례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함께 개발 중인 폐렴구균백신 PCV21은 올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임상 3상에 돌입한다. MSD와 개발 중인 신규 에볼라 백신 역시 상용화 단계를 목전에 앞뒀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PCV21, 에볼라 백신 이외에도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며 “CEPI와 함께 개발 중인 라싸열, 일본뇌염 바이러스 mRNA 백신 개발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Wave1 플레이어(최초 개발 백신)’ 지위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스카이코비원 매출 기저효과는 지난해 모두 반영돼 올해부터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며 “R&D 투자를 통해 스카이코비원과 같이 실적을 반등시킬 수 있는 블록버스터 파이프라인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