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징역 8개월·집유 2년 선고한 원심 파기 환송…"검찰 로고, 공기호라고 볼 수 없다"
법조계 "검찰 로고, '공무 차량' 증명 기능 없다고 판단한 것…공기호, 공적 증명 기능 있는 것 의미"
"공기호로 보지 않은 대법원 판단도 수긍 가지만…'오해 유발' 2심 판단이 국민 법 감정상 더 부합"
"검찰 로고 단순 부착, 현행법상 처벌 어려워…공공차량 오인 외형 꾸민 경우 처벌토록 법률 개정 시급"
자동차에 가짜 검찰 로고를 붙이고 공무수행 중인 것처럼 위장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찰 로고가 증명적 기능을 갖추지 못한 이상 공기호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서는 일반인들은 차량에 검찰 로고를 부착한 것만으로도 '공무 차량'으로 오인할 수 있는 만큼 검찰 로고를 '공기호'로 보는 게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공공차량으로 오인할 수 있도록 차량을 꾸민 경우 차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4일 공기호위조·위조공기호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11월∼12월 검찰 로고와 함께 '공무 수행' 등 문구가 적힌 표지판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승용차에 부착한 혐의로 기소됐다. 2심 재판부는 "각 표지판이 부착된 차량은 일반인이 검찰 공무수행 차량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찰 로고를 형법상 '공기호'로 볼 수 없다고 보고 무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표지판에 사용된 검찰 업무표장은 검찰수사, 공판, 형의 집행부터 대외 홍보 등 검찰청의 업무 전반 또는 그 관련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이것이 부착된 차량은 '검찰 공무수행 차량'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능이 있다는 등 이를 통해 증명하는 사항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인들이 이 사건 표지판이 부착된 차량을 '검찰 공무수행 차량'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해도 검찰 업무표장이 이 같은 증명적 기능을 갖추지 못한 이상 이를 공기호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차량번호판의 경우 차량 동일성에 대한 증명적 기능이 있다. 이 때문에 번호판을 위조하게 되면 공기호 위조죄가 성립된다"며 "다만 검찰 로고의 경우 '공무수행 차량'을 증명하는 기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로고를 이용해 직접적으로 제3자에게 검찰 사칭을 할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며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차주에게 검찰 로고 등을 판매한 경우 판매자도 방조범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는 "공기호란 말 그대로 공적 증명 기능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대법원 판단도 수긍이 간다"면서도 "그러나 일반인 시선에서는 차량에 '검찰 로고'를 부착했다는 것만으로도 검찰 공무원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검찰 로고를 공기호로 본 2심 판결이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한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검찰을 사칭한 피고인의 혐의는 두말할 것 없이 잘못된 것이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다만 이번 판결의 요지는 '검찰 로고'가 공기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에 검찰의 기소가 법 적용상 잘못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법상 단순히 차량에 검찰 로고를 부착한 것만으로는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검찰 공무원을 사칭하고 직무 행위를 한다면 공무원 자격 사칭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 사안에서는 처벌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검찰 공무원 등 공공차량으로 오인할 수 있는 외형을 꾸민 경우 처벌을 할 수 있는 법률안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