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 임의 근무평정으로 승진서 누락'
구청 상대 손배소 9년 만에 대법원 승소
"직원들이 정확한 사실관계 보고 안 해"
부당한 인사 평가로 승진에서 누락된 전직 구청 공무원이 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 대법원까지 가는 끝에 9년 만에 승소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인사 관련 소송에서 승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법원은 최근 퇴직 공무원 A(65)씨가 서울 도봉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피고(도봉구청)는 원고에 대하여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근무성적평정으로 정당한 승진임용을 받지 못하게 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심 판단에 대해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최종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은 2013년 하반기 근무평정실적(50점 만점)에서 발생했다. 2012년 하반기와 2013년 상반기, 2014년 상반기에 50점을 받았던 A씨는 2013년 하반기에 특별한 이유 없이 뚝 떨어진 30점을 받는다. 1년 전까지 승진서열 8위였던 A씨는 이로 인해 16위로 떨어져 14명까지였던 5급 승진에서 누락된다.
근무평정은 각 국장이 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판결문에 따르면, 권한도 없는 인사팀이 개입했다. 인사주임이 임의로 점수를 기재하고 국장은 타당성 검토 없이 서명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행정소송에서 담당 국장은 "자신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정해진' 평정 서열에 따라 평정요소별로 점수가 부여됐는데, 정상적으로 평정을 한다면 그와 같은 점수를 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행정소송 재판부는 원고의 '승진임용 제외처분 취소'를 판결했다. A씨는 이후 2018년 별도의 민사소송을 진행해 승소했으며 2019년 2심에서는 1억5800여만원의 손해배상과 위자료가 인정됐다.
해당 사안은 당시 도봉구청장을 역임했던 이동진 전 구청장이 오는 22대 총선 서울 도봉갑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난달 26일 도봉구의회에서도 관련 문제제기가 있었다. 도봉구가 지난 7년 연속으로 국민권익위원회 기초자치단체 내부청렴도 조사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던 점도 지적됐다. 무엇보다 패소한 뒤에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소송을 이어가 구청의 부담을 키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전 구청장은 통화에서 "근무평정이라는 것은 국 단위로 이뤄지는 게 상식이고 인사주임이 와서 그대로 사인을 하라고 했다는 것인데 그런 과정을 (구청장인) 내가 다 알 수가 없다"며 "근무평정은 전 직원에 대해 다 하는 것인데 내가 어떻게 일일이 관여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행정소송 판결 이후 후속 조치를 왜 빠르게 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평정 과정 등에 대해 직원들이 사실관계를 보고했다면 달랐을 것인데 정확하게 내가 보고를 받은 적이 없어서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구청장 재직 기간 7년 연속 권익위 내부 청렴도 최하위 평가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청렴도 평가는 직원 대상 설문조사인데 상당히 길다. 바쁜 사람은 설문을 다 못한다"며 "돌고 돌면 결국은 한가한 사람들이 작성하는데 (구청장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국민이 느끼기에는 청렴도 평가라고 해서 비리가 많다고 느끼지만 사실 조사가 아닌 인식도 조사"라며 "청렴도 평가와 실제는 다르다. (도봉구는) 객관적으로 드러난 비위 행위라는 게 매우 적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