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고 투표율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CNN 화면 캡처
미국 발 ‘유권자 혁명’의 조짐이 보인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는 2008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압승을 현지 언론이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사상 최고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선 투표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투표권이 부여되는 한국과 달리 유권자 스스로 등록을 해야만 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처럼 높은 투표율은 미국인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4일 오후 2시(한국 시각) 이후 미국 전역에서 시차별로 실시되고 있는 이번 선거에 사상 최대의 유권자들이 몰려들어 최고 투표율 기록이 예상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3일을 기준으로 미국 각 주의 선거를 담당하는 ‘전미주무(州務)장관협회’가 지난 8월 31일 집계한 유권자 등록 숫자는 1억 8421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4년 전의 1억 4200만 명을 4천만 명 이상 넘어서는 수치다.
특히 “새로 유권자로 등록된 이들 중 다수는 민주당 지지자”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유권자 등록자 숫자가 급증하자 미국 내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투표율이 4년 전 대선 당시의 55.3%를 크게 넘어선 60%대 중반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최고의 투표율은 지난 1960년 존 F 케네디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의 63.1%다.
미리 대선 후보에게 투표를 할 수 있는 제도인 ‘사전투표’에 대한 참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미국 전역의 투표소에서 1시간 이상 줄을 서 투표를 하는 전무후무한 장면들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인종 대결, 신규 유권자 폭발적 증가, 조기 투표 열기 등 흥행요소 다분
이 같은 미국 유권자들의 폭발적인 참여의 원인은 첫 번째로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각기 흑인과 백인이라는 일종의 ‘인종대결’ 양상을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두 번째로는 무려 4천여만 명에 달하는 신규 유권자들의 참여를 들 수 있다. 이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제난으로 인한 기존 공화당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겹쳐지면서 더욱 가중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독특한 선거 제도인 ‘조기투표’에 3천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참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기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대부분이 흑인과 라틴계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다.
이를 반증하듯 미국의 뉴스 전문 매체인 CNN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유권자들이 투표소 앞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투표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오바마 당선 유력에 ‘월가’ 반색
미국 대선 투표가 둘째 날인 5일로 넘어서면서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더욱 확실시 되면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졌던 월가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S&P500’ 지수가 1,000선 돌파하고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는 전날인 4일 종가보다 305.45 포인트(3.28%) 오른 9,625.28에 마감됐다.
S&P 500 지수는 39.45 포인트(4.08%) 오른 1,005.75를 기록했고, 나스닥은 53.79 포인트(3.12%) 상승한 1,780.12를 기록하며 6일 연속상승세를 이어갔다.
S & P 500 지수가 1,0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달 14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미국의 유력 언론 매체인 ‘블룸버그’는 “이날 다우와 S & P 500 지수의 상승폭은 뉴욕 증시가 대통령 선거일에 장을 열기 시작한 1984년 이래 선거일 상승폭으로는 최대”라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84년 당시 선거에서 로널드 레이건이 월터 먼데일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증시가 1.2% 상승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뉴욕 증시 상승에 대해, “이번 대선에서 이긴 차기 미국 대통령이 5년래 최대 실업률과 급감하는 수익률로 절룩거리는 미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조치에 곧바로 착수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분석가인 마크 파도는 “불확실성과 부정적 수사들이 제거된다는 것은 시장이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분석했고, 제프리스의 수석 시장분석가인 아트 호건도 “시장이 오바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고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이 과연 상원에서 필리버스터 없이 표결을 진행할 수 있는 절대 의석 60석을 확보해 안정적인 재정 촉진책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 여부”라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미국 경제계는 오바마의 당선은 이미 기정사실화됐으며, 오히려 민주당이 의회 장악이 주된 관심사라는 뜻이다.
팔레스타인도, 카스트로도 “오바마 지지”
한편 미국과 오랜 기간 불편한 관계에 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쿠바조차도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이스라엘 언론들은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일제히 보도했다.
현지 언론의 기사에 따르면, 압바스 수반과 살람 파야드 총리가 지난 7월 오바마 후보와 만나 중동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오바마 후보가 팔레스타인 측 주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특히, “오바마 후보가 이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의 동예루살렘 주권을 인정한 것은 물론 동예루살렘이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가 돼야 한다는 팔레스타인 측 주장을 적극 지지했다면서 그러나 이를 언론에 알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50여 년 넘게 미국으로부터 경제봉쇄를 당하고 있는 쿠바의 ‘국부’나 다름 없는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최근 국영 신문들에 기고한 글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오바마가 매케인보다 지적이고 문화적이며 분별이 있다”면서 “매케인은 늙었고 호전적이며 무식하다”고 혹평했다.
그는 다만 “세계의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우려가 오바마의 마음에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다”며 적극적인 지지는 일단 유보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미국 대선 당일에 이런 후보평을 내놓은 것은 선거운동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만약 이번 선거에서 인종주의 때문에 공화당이 이긴다면 전쟁의 위험이 커질 것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기회는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