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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법정최고금리 20% '이면' [소소한 금융TMI]


입력 2024.02.12 06:00 수정 2024.02.12 06:00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대통령 의지로 바꿀수 있어

대부업 “최소 24% 넘어야”

빚 부담 이미지.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불법사금융과의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하면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한 가지 명칭이 있습니다. 바로 ‘법정최고금리’ 인데요.


도대체 법정최고금리가 뭐길래 금융사와 언론사가 합심해서 계속 강조하고 있는 걸까요? 언젠가 알아두면 좋을 금융지식을 위해 법정최고금리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준비해봤습니다.


법정최고금리는 금융기관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대출시장에서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더 쉽게 설명하면 나라에서 금융사에게 ‘자! 대출 금리는 딱 여기까지만’이라고 선을 정했다는 의미입니다. 금융권이 고금리로 돈을 챙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 제한을 둔 것이죠.


금융사 입장에서 고객에게 돈을 내줄 때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감수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신용도가 낮은 고객일수록 돈을 다시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이들에게 이자를 더 물립니다. 고신용자에 비해 중‧저신용자들에게 적용되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죠.


하지만 제1금융권인 은행은 이들에게 대출을 잘 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저신용자들은 주로 저축은행,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을 찾습니다. 2금융권에서조차 돈을 빌릴 수 없는 이들은 마지막 선택지로 대부업체를 찾습니다.


문제는 그동안 이 대부업체들의 금리가 너무 높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자제한선을 둔 것입니다. 이 법정최고금리는 오직 대출상품에만 적용됩니다. 역사는 꽤 오래됐습니다. 1962년에 최초로 도입이 됐거든요.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1998년 이 제도가 폐지됐습니다. 결과는 뻔하죠. 불법 대부업체들이 활개를 치면서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고 몸집을 키웠거든요.


그래서 정부는 2002년 대부업법을 제정하고 대부업자에 대해 연 66%의 금리상한선을 지정합니다. 대출 금리 연 66%라니 어마어마하죠. 다행히 시행령은 7차례 개정되면서 현 20%대까지 인하됐습니다.


금융관련 기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법정최금리에 막혀”, “법정최고금리 때문에” 등 금융권 관계자들이 계속 얘기하는 이 금리는 모두 20%를 가리킵니다.

불법 대부업 이미지.ⓒ연합뉴스

그럼 이 20%는 어떻게 정해진 걸까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1항에는 대부업자의 이자율제한에 대해 규정돼 있습니다.


대부업자가 개인이나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2항에 따른 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에 대부를 하는 경우 그 이자율은 연 100분의 27.9 이하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율을 초과할 수 없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법정최고금리는 20%인데, 법률을 보니 27.9%가 실제 법정최고금리라는 의미입니다. 이상하고, 어렵죠?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대통령령’입니다. 대통령령을 보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8월 29일에 ‘연 100분의 20’이라고 규정해 놨습니다. 법령에 따라 대부업체들은 최고 이자율인 27.9%까지 매길 수 있지만 대통령이 20%로 제한을 뒀다는 것이죠. 대통령도 27.9%를 초과하는 이자를 설정할 수 없지만 내리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법정최고금리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정하기 때문에 당연히 법 개정도 필요 없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간 금융권에선 시장금리 상황에 따라 법정최고금리를 유연하게 오르내리도록 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는 서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이 금리 영향으로 정상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을 잠그고 있으니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된 영향입니다. 대부업체는 저축은행이나 할부금융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내는 이자, 연체율,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최고금리가 최소 24%는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법정 최고금리를 종전 24%에서 2021년 20%로 인하한 이후 기존 대부업계에서 대출받았던 차주 중 최대 23.1%가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팍팍해지고 경제를 지탱하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지난해 2월 금융위원회는 법정최고금리 조정 작업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국회에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 관련 법률 등을 개정해야 되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반대해서죠. 법정최고금리 조정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해 국회 동의가 필수는 아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여야 간의 합의가 중요한 사항입니다.


정부는 올해 주요 키워드로 ‘민생’을 꼽았습니다. 실제 민생안정을 위해 여러 정책과 지원들을 펼치고 있죠. 이제는 여기에 법정최고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들어가길 바랍니다.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말이죠.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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