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 산업이 1조 규모를 넘기면서 이례적으로 영화보다 더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규모에 있어서의 산업 성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일부 장르의 독식으로부터 형성됐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실제로 공연 시장의 큰 성장을 이끈 것은 대중음악 콘서트와 뮤지컬이었다. 뮤지컬은 2022년 티켓 매출 4253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작년 상반기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2% 늘어나면서 공연 시장의 역대급 성장을 예상케 했다. 잠정 집계이지만 작년 뮤지컬 매출은 약 459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보다 약 8% 성장한 수치이며, 전체 공연 시장 내 36%의 비율을 점유하고 있다.
뮤지컬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르는 대중음악이다. 지난해 대중음악은 대형 내한 공연이 이어지고 케이팝 아이돌 공연이 활성화되면서 총 매출 약 5770억원을 기록했다. 약 46%의 점유율로 공연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대중음악과 뮤지컬을 제외한 연극, 클래식, 국악, 무용 등 모든 장르를 합쳐도 겨우 5~7% 안팎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조성진이나 임윤찬 등 클래식계에 아이돌을 능가하는 일부 아티스트들의 활약 덕분에 가능했던 수치다.
심지어 공연 산업의 성장을 이끈 두 장르 내에서도 양극화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티켓 값이 치솟는 티켓 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인기 아이돌과 스타급 배우가 참여한 공연 티켓은 매진 기록을 써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공연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해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레베카’ ‘데스노트’ ‘맘마미아!’ 등 라이선스, 내한 뮤지컬이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었던 반면, 창작 뮤지컬 중에는 ‘벤허’가 유일하게 매출 TOP10의 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배우 중심의 대극장 라이선스 작품 위주로 흥행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관계자들은 지난해는 코로나19로부터의 완벽한 회복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보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지난해 공연계는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완벽히 벗어났다. 실패 확률이 적은 안정적인 작품을 선택하면서 이끈 변화”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만 올해는 지난해의 성장세를 발판 삼아 성숙도 측면에서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규모의 성장이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동력을 찾아야 할 때”라며 “새로운 스타나 진진 창작진 발굴을 위한 내실 다지기가 우선 되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