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장 마감 이후 332건 공시
실적 악화·영업정지 등 악재성
금감원 “불공정거래 엄정대응”
국내 증시가 설날 연휴에 들어간 가운데 영업정지와 파생상품평가 손실 발생 등 주가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정보들이 잇따라 공시됐다.
증시 휴장일을 틈타 악재성 정보를 공시하는 ‘올빼미 공시’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 등에서는 올빼미 공시를 한 종목들에 대한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설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전날 장마감 이후 총 332건의 공시가 이뤄졌다. 시장별로는 코스피가 120건, 코스닥이 127건, 코넥스 4건, 기타법인이 81건이었다.
이 가운데 실적 악화를 비롯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성 올빼미 공시가 적지 않았다.
올빼미 공시란 상장사가 투자자의 주목도가 낮은 시점에 회사에 불리한 악재성 정보를 공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시기를 노려 주가 하락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실제 코스피 상장사 동부건설은 인천 검단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에 영업정지 기간 동안 입찰 참가 등 건설사업자로서 행하는 토목건축공사업 관련 영업활동이 금지된다. 단, 처분을 받기 전 체결한 도급계약이나 관계 법령에 따라 인허가를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의 경우엔 계속 시공할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 HLB파나진은 같은날 파생상품 거래 손실 사실을 공시했다. 손실금액은 약 88억원 규모로 자기자본 대비 14.2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회사는 최근 주가 상승으로 전환사채 전환가격과 현 주가의 차이로 인해 파생상품 거래 손실을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HLB파나진은 이는 회계상의 손실일 뿐 실제로 현금유출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증시 휴장일을 앞두고 공시해 올빼미 공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해성티피씨는 120억원 규모의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자금조달 목적은 운영자금(59억원)과 타법인취득자금(59억원) 등이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증권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신규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회사가 발행하는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 이엠텍과 지씨셀 등은 자기주식 처분 사실을 공시했다. 통상 자사주 매각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올빼미 공시와 관련해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휴장일 직후 첫 매매일에 올빼미 공시를 전자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재공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휴 뒤 개장을 앞두고 공시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이러한 공시에 불공정거래 소지가 발견될 시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