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2주만에 33만장 판매
업황악화에 매출 부진 우려
신한카드 먼저 서비스 시작
서울시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가 인기몰이에 나서면서 카드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체크·신용카드의 교통카드 후불결제 기능을 통해 고객을 잡아 온 카드사들로서는 매출에 새로운 악재를 맞닥뜨린 모습이다.
카드업계는 기후동행카드의 흥행가도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후불결제 기능이 도입될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판매를 시작한 기후동행카드는 지난 7일까지 33만4000장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모바일 13만7000장, 실물 19만7000장이 팔렸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선보이는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이다. 지난달 23일 판매와 함께 27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이 카드가 있으면 서울 지하철과 심야버스(올빼미버스)를 포함한 서울시 면허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 탈 수 있다.
카드업계는 기후동행카드 흥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간 체크‧신용카드에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해 오며 현금 충전을 하지 않아도 한 달치 금액을 한꺼번에 결제할수 있게 하는 등 소비자 편의성을 높여왔었다.
그러나 이를 대체할 기후동행카드가 나오고 그 혜택도 확대될 조짐이 보이면서 업계의 고민도 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활동량이 많고 환경보호 의식이 높은 2030세대 청년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은 카드업계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주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기후동행카드 이용자의 56%는 2030세대 청년층이다. 30대가 29%로 가장 많았고 ▲20대 27% ▲50대 19% ▲40대 17% 순이었다.
이밖에 서울시는 인천‧김포‧군포‧과천 등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기후동행카드 확대 적용을 논의하고 있으며, 세종문화회관과 서울대공원 등 서울시가 운영하는 문화·예술·여가시설의 입장료나 행사 이용료 등을 할인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업계는 매출부진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동행카드가 현재로선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정한 금융시장 등 업황악화가 지속되고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후불교통 서비스 자체는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아니다”면서도 “카드를 처음 사용할 때 분명 고객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될 수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매일 사용카드는 메인카드로 자리잡을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기후동행카드에 신용카드 후불제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분위기는 반전될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후동행 실물카드는 지하철 역사 내 충전단말기에서 현금으로만 충전이 가능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후불 형태의 기후동행카드가 출시된다면 카드사 간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더해진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4월 중 신용카드 후불제 시스템을 도입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권은 서울시가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와 우선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신한카드는 기후동행카드 사업 협약을 맺었다. 4월부터 수수료 부담 없이 신한카드 체크카드·신용카드 등으로 요금을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기후동행카드 요금 충전 관련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면서도 “아직 기후동행카드의 신용카드 후불제 시스템 도입 관련해서 논의가 오간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