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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김한비, ‘일 테노레’로 얻은 확신 [D:히든캐스트(151)]


입력 2024.02.15 13:54 수정 2024.02.16 10:2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때때로 ‘확신’이 필요한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새로운 도전에 맞서야 할 때, 또 지금 가고 있는 방향성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이 들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는 확신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지만, 그 확신을 자신 안에서 발견하든 외부에서 찾든 그것을 찾아내는 과정 역시 한발짝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데 큰 동력이 된다.


이제 막 뮤지컬 배우로 첫 발을 뗀 김한비와 2018년 데뷔해 ‘시라노’ ‘베르테르’ ‘모래시계’ 등의 작품으로 경력을 쌓아온 6년차 배우 김대식은 서로 다른 불확실성 앞에 서있었지만, 뮤지컬 ‘일 테노레’라는 작품 안에서 모두 확신을 얻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일 테노레’에서 각각 춘배, 신애 역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먼저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대식) 고등학교 가창시험에서 친구가 ‘지금 이 순간’을 불렀는데 처음 듣는 그 웅장한 소리에 반했어요. 그 시기 선생님이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보여주셨는데 또 한 번 충격을 받은 거죠.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결국 설득했고, 뮤지컬 전공을 하고 지금까지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고 있죠.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한비 씨는 이번 일 테노레가 입봉작이죠.


한비) 네, 사실 저는 보컬 트레이너로 일했어요. 어느 순간 제가 하고 있던 노래가 질리기 시작했어요. 노래를 하면서도 아무 감정이 들지 않는 거죠. 우연히 뮤지컬 노래를 연습하고, 영상을 찾아보는데 울컥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 뒤로 일주일 있다가 바로 보컬 트레이너를 그만 두고 연기를 배우고 뮤지컬과로 편입을 하게 됐어요.


-일 테노레’는 창작 초연 작인데요. 힘든 부분은 없었나요?


한비) 힘들었죠. 일 테노레’ 자체가 배우들이 의자를 옮기고 소품을 옮기는 장면이 많아요. 그런 부분이 진짜 헷갈리더라고요. 초연이니까 아무것도 볼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 대본에만 의지해 연습하는 것도 힘들었고요.


대식) 저는 오히려 다른 초연 작품들에 비해 수월한 면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인물들에 대한 서사가 정확했고, 덕분에 캐릭터의 방향성을 쉽게 잡을 수 있었어요. 사실 앙상블은 작은 역할 안에서 자신의 서사를 직접 만들어 내야 하는데, 여기는 명확한 라인이 있어서 고맙고 좋았어요. 캐릭터마다의 서사가 뚜렷해서 이 작품이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대식 씨는 춘배 역, 한비 씨는 신애 역으로 출연 중이에요. 캐릭터의 어떤 부분, 어떤 특징을 살리고 싶었나요?


대식) 원래는 춘배가 사투리를 쓰는 인물이 아니었어요. 리딩을 하면서 말을 하지 않는 캐릭터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연출님의 말을 듣고 명확한 이유를 주기 위해 사투리를 쓰게 됐죠.


한비) 신애도 안경을 쓰는 역할이 아니었거든요, 중간에 연출님이 안경을 쓸 것을 제안해주신 후로 캐릭터가 잘 잡힌 것 같아요. 말도 더듬고, 소심한 성격인데 자기 분야에 있어서는 당당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악보를 보고, 글씨 하나하나에 설레는 신애의 모습은 제 실제 모습에서 끄집어내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실제로 노래 덕후였거든요(웃음).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두 사람이 극중 커플로 등장하는 만큼, 관계 설정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대식) 템포감을 다르게 하려고 했어요. 신애를 만났을 때 춘배가 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그 시대 안에서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를 여러 레퍼런스를 통해 만들어갔던 것 같아요. 저 만의 규칙을 만든 거죠.


한비) 사실 춘배를 처음 만났을 때 장면이 제일 어려웠어요. 누가 먼저 반하느냐를 고민했는데, 신애가 먼저 반한 걸로 설정했어요. 예술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거죠. 춘배랑 같이 있을 때 신애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신애의 모습이 매우 다르기도 하고요.


-무대 올라가기 전의 마음가짐도 궁금해요.


한비) 저는 진짜 즐기는 편이에요. 재미있어요. 바로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매일 첫 공연 같은 마음으로 무대에 임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겐 처음 보는 작품일 수 있잖아요. 매일 같은 걸 한다고 그 상황에 안주하고 익숙해지지 않으려고요.


대식) 저는 캐릭터 때문이라도 들뜨지 않으려고 늘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말이 없는 캐릭터가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제 자의식이 들어올 때 웃음이 많아서 참기가 힘들어요. 저희가 ‘비즈니스 커플’이잖아요(웃음). 한비가 생활에서도 신애의 바이브로, 비즈니스적으로 다가오면 전 그게 너무 웃기더라고요. 최대한 시대적인 배경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일 테노레’를 본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대식) 친구들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많이 울고, 웃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연습하면서부터 느꼈어요. 기존의 대극장 뮤지컬과는 분명 다른 지점이 있었고, 그래서 더 애정이 갔던 작품이에요. 사실 대극장 뮤지컬은 위트 보단 무게감이 있기 마련인데, 일 테노레’는 반전이 있어요. 위트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사, 그 안에서 사람들이 감동받았다고 생각해요. 단어가 주는 힘이 정말 크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한비) 친구들이 ‘실화냐’는 말을 제일 많이 한 것 같아요. 실제로 공연을 본 이후에 당시 배경이나 사건을 찾아보는 친구들이 많았고요. 그걸 보면서 성공적인 공연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거의 공연 막바지인데, 이 공연이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요?


대식) 제 성장통 안에 있었던 작품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 연기적인 것도 그렇고,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고민들이 있거든요. 배우라면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그래서 배우를 계속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같은 고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 테노레’를 하면서 고민하다가 배우라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의 확신이 섰어요. 나중에 생각했을 때 제 배우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일종의 터닝포인트죠.


한비) 저한테는 첫 작품이기도 해서 더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아요. 사실 전 무교인데, 너무 하고 싶어서 방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했는데 이뤄진 거예요. 거기서 확신이 들었고, 이 작품에 실제로 참여하면서 ‘뮤지컬이 천직이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첫 단추가 너무 아름다웠던 터라 이후가 걱정이 되긴 해요. (다음 작품에) 지금만큼의 에너지와 애정이 가지 않으면 어떡하지? 어쨌든 짝사랑하듯이 참여한 작품이고, 제 최고의 기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두 사람 모두에게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인 셈인데요. 이를 계기로 다음 작품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한비) 뮤지컬 배우를 꿈꾸면서 ‘빨래’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오디션에서 탈락했어요. 극중 나영 역을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빨래’ 뿐만 아니라 ‘어쩌면 해피엔딩’ ‘비틀쥬스’ 같은 스토리가 잘 짜여있는 극을 좋아하는 것 같고, 하고 싶습니다.


대식) ‘일 테노레’의 이수한 역을 해보고 싶어요. 실제 제 모습과 비슷한 면모가 있는 것 같고, 지금 이 역할을 맡은 전재홍, 신성민 배우가 너무 캐릭터를 매력있게 만들어 놓으셔서 더 하고 싶어졌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배우로서의 방향성을 들려주세요.


한비) 지금이랑 똑같은 모습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해요. 실력적인 면에서는 물론 성장해야겠지만 마음가짐만큼은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즐거워야 관객들도 즐거워할 것 같아요. 일처럼 느껴지면 안 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제 친구가 제 무대 위의 모습을 보고 ‘너무 자유로워 보여서 나도 다음 생엔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것처럼 어떤 식으로든 좋은 영향력이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대식) 표현하는 데 있어서 자유로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양하게 느끼고, 경험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보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관객들이 무대 위의 저를 보고 함께 웃고 감동받는 모습을 봤을 때의 희열이 있어요.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배우를 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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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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