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만에 작년 6곳 육박…상장 예비 기업 중 90% ‘적체’
심사 지연시 적정 기업가치 반영 어려워질 우려 커져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훈풍을 맞아 상장을 추진하고 나선 기업들이 늘어난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는 상장을 포기한 기업이 5곳이나 나왔다. 지난해 ‘파두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관련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심사에 차질을 겪는 기업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피노바이오·하이센스·바이오옵토레인·노르마·코루파마 등 총 5개사는 거래소에 제출했던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철회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이뤄진 심사 철회한 기업이 6곳인 점을 고려하면 2개월 여 만에 이를 거의 따라잡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 8월 파두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심사가 강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기업 파두는 연 매출 전망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지만 실제 2분기 매출이 59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실 상장 논란이 빚어졌다. 일부 투자자들은 파두 상장으로 손실을 봤다며 집단 소송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당국의 상장 심사 기간이 길어지며 공모 일정은 전반적으로 지연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규정에서 정한 상장예비심사 기간 원칙은 영업일 기준 45영업일이지만 이날 기준 상장예비심사 중인 기업 41곳 가운데 36곳(88%)이 이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기업(CMO) 이엔셀의 경우 지난해 7월 27일 청구서를 제출했지만 반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 중이다.
현재 심사를 통과해 일반 공모를 진행 중인 기업들도 대부분 한 번씩 증권신고서 정적을 겪어야 했다. 올해 첫 조(兆) 단위 대어인 에이피알의 경우 당초 수요 예측은 지난달 22~26일, 일반 공모는 이달 1~2일로 예정됐다. 다만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각각 이달 2~8일, 14~15일로 미뤄지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이에이트와 코셈 등도 두 차례 이상 증권신고서를 정정한 바 있다.
이런 금융당국의 엄격한 심사에 일각에서는 심사 지연으로 적정 기업가치의 반영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피노바이오는 지난해 5월 심사 청구 후 9개월 이상 심사가 지연되자 심사 철회를 발표했다.
피노바이오 관계자는 심사 철회 이유에 대해 “심사 기간 저분자 화합물 1종의 미국 임상 1상을 완료하고 효능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사업상의 큰 성과도 일궈냈다”면서도 “예심 청구 당시에는 제약바이오 업황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돼 기업 가치를 낮게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새내기 주들이 연이어 ‘따따블(공모가의 4배 상승)’을 기록하면서 기업들의 IPO 도전이 늘어나는 가운데 높아진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는 기업들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투 사태와 같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례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면서도 “명확한 가이드 없는 심사 지연이 이어질 경우 상장 자체를 포기하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