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지난해 15조 적자 기록에도 임금 인상 요구
올해 역시 반도체 사업 흑자 전환은 불투명한 상태
지난해 불황으로 유례없는 반도체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최근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오너 사법리스크에 겨우 한숨 돌린 직후 발생한 사안이다. 회사는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 대표 교섭권을 가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에 임금 기본 인상률 2.5%를 제시했으나 노사협의회가 5.74%를, 전삼노는 8.1%를 요구하며 맞선 것이다.
통상 삼성전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전체 직원에게 지급하는 총연봉 재원의 증가율로, 기본 인상률에 개인 고과별 인상률을 더해 정해진다. 지난해의 경우 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 등 평균 임금 인상률 4.1%로 책정됐으나 노조 공동교섭단의 반발로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번 교섭에서는 작년과 올해 교섭을 병합해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사측이 제안한 올해 임금 기본 인상률 2.5% 역시 개인별로 더해지는 성과 인상률(평균 2.1%)을 반영할 경우 실제 임금 인상률은 4.6%에 달한다. 지난해 인상률인 4.1%보다도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으로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을 연봉의 0%로 책정했다.
일반적으로 상, 하반기에 각각 지급하는 목표달성장려금(TAI) 역시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하반기 평균 월 기본급의 12.5%로 지급했다. 지난해 상반기 25%를 지급했던 것에 비해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일반적으로 연봉의 절반이 넘는 성과급을 받다가 지난해 말 0%를 받은 점이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이다.
중요한 점은 지난해 삼성 반도체 부문 영업적자가 15조원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올해 역시 파운드리에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반도체 사업 흑자 전환이 불투명하다. 이에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경계현 사장 주재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반도체 부문 임원들의 올해 연봉을 동결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 와중 전삼노는 기본인상률 8.1%를 포함해 격려금 기본급 200% 지급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의료비 등 각종 명목의 복리후생 개선도 요구 중이다. 성과급이란 말 그대로 성과가 있을 때 주는 보너스 개념인데 흑자가 아닌 대규모 적자 상황에서 이같은 경우는 노조의 요구가 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 적자에 이어 최근 겨우 오너 사법리스크에 한숨 돌리고 활로 모색을 찾아야할 회사가 무리한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로 경쟁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해 전삼노는 10%대의 연봉 인상률을 요구하다가 비판이 커지자 6%대로 슬며시 낮추고 이를 들어주지 않을 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회사 안팎의 눈초리를 받은 바 있다.
아직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14% 정도 수준이다. 15일 기준으로 전삼노 조합원 수는 1만7608명, 삼성전자 전체 직원수는 12만명에 이른다. 조합원의 수로 단순히 노조의 대표성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이끌어가야하나 촉각을 다투는 현 시점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회사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지 사업자와 운명을 함께할 근로자 역시 더욱 더 고심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