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 나선 기업 10곳, 일제히 희망범위 상단 초과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고작 13%…단타 노린 기관 증가
기간 5영업일로 늘어났음에도 효과 無…실효성 의문도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의 성공 사례로 인해 올해에도 훈풍이 지속되고 있다. 공모주 열풍에 힘입어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들 역시 일제히 흥행에 성공했으나 기관 투자자들의 의무보유 확약 비중은 줄어들고 있어 가격 측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10곳의 기업은 모두 희망범위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들 기업의 공모가는 희망 범위 최상단 대비 평균 17%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가장 높은 상회율을 보인 곳은 2차전지 부품 기업 이닉스다. 수요예측 당시 이닉스의 희망범위는 9200~1만1000원이었으나 최종 공모가는 27.3% 높아진 1만4000원에 확정됐다.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예정인 에이피알 역시 희망범위 대비 25%(20만→25만원) 상회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한 기관 투자자는 고작 13%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된 이닉스와 에이피알의 확약비율은 각각 28.06%, 25.7%로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중에서는 높은 편이었으나 지난해 IPO 과정에서 주목받았던 두산로보틱스(60.3%)·필에너지(57.14%)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의무보유확약이란 상장하는 기업의 공모주를 받는 기관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보유할 것을 약속하는 조건이다.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높으면 매도하는 기관 투자자가 감소하기에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데 현 시점에서는 IPO 시장 열기에 ‘엑싯’(Exit)을 노리는 기관 투자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공모주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상장 당일 주가가 ‘따블’ 혹은 ‘따따블’까지 치솟자 시장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단타’ 종목으로 취급한 실정이다. 공모주에 대한 가격 제한 폭이 최대 400%까지 확대되면서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수요예측 제도가 기업의 올바른 가격 측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금융당국이 수요예측 제도의 가격 발견 기능을 제고하고자 수요예측 기간을 2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늘렸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만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요예측 기간을 단축하거나 수요예측 첫날 접수하는 기관 투자자에게 가점을 주는 ‘초일가점’ 제도를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요예측 기간 연장이 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가격 왜곡만 부추기고 있어 제도들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뻥튀기 상장’만 성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가가 높게 측정되는 것과 달리 확약 비율이 낮게 나오는 원인으로는 개인 투자자들까지 IPO 시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기관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성장 가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은 채 IPO 과정이 이뤄질 경우,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상장하려는 기업 입장에게도 손해이기에 기업의 실적이나 공모자금 활용 계획 등을 보다 꼼꼼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