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유해성 공표 과정 위법성 있어”
원고 중 3명에 위자료 지급 결정에
환경부 항소 결정…“다툼 여지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지원은 계속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관해 법원에서 국가 책임을 일부 인정한 데 대해 환경부가 항소를 결정했다.
27일 서울고등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환경부는 “해당 쟁점을 포함한 손해배상소송들이 다수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할 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볼 필요성이 있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참고로 원고 측도 지난 20일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앞서 지난 6일 서울고법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5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을 다루면서 살균제 주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에 관한 유해성 심사·공표 과정에서 위법성을 인정했다. 담당 공무원 재량권 행사 관련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들이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 등 개별 공무원들의 행위에 대해 위법성을 따지기는 어렵다”면서도 환경부 등이 충분한 유해성 심사를 거치지 않고, 관련 물질에 대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고시하고 이를 수정하지 않은 것은 법을 어긴 재량권 행사라고 결론 내렸다. 2016년 12월 항소 제기 이후 약 7년 2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재판부는 국가가 원고 중 3명에게 위자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정부로부터 위자료 성격의 구제급여조정금을 받지 않은 원고 3인에 대해 위자료를 인정한 것이다. 반면 관련법상 구제급여조정금 일부를 받은 일부 원고(2명)에 대해선 배상청구권이 없다고 판시했다.
2심 결과를 놓고 환경부는 “판결문 검토와 전문가 자문, 관계 부처 논의 등을 거쳐 상고 필요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했다”며 “해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판결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상고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가습기살균제 관련 손해배상소송은 10건이다. 이번 사건 1심 판결을 포함해 총 5건의 1심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다. 1심 판결에서 당시 담당 공무원들의 재량권 행사와 관련한 위법성을 인정한 사례는 없다.
환경부는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처음으로 다른 결론이 나온 상황”이라며 “따라서 정부는 해당 쟁점을 포함한 손해배상소송들이 다수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할 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볼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상고와는 별개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와 지원은 계속한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피해구제 절차를 이번 소송과 무관하게 정상 진행한다. 요양급여(치료비)와 요양생활수당 등 피해구제를 위한 각종 구제급여도 차질 없이 지급할 예정이다.
한편,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지난해 6차례 피해구제위원회(제33차~제38차)를 개최했다. 연도별 기준으로 역대 최다 규모인 총 3833명에 대한 심사를 완료했다.
또한 피해구제자금 확보를 위해 가습기살균제 사업자를 대상으로 분담금 1250억원을 추가 부과·징수했다.
황계영 환경부 환경보건국장은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신속·공정한 구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소송 진행 상황과는 별개로 특별법상 조사·판정 및 구제급여 지급 등 정부에 주어진 임무를 차질 없이 이행하고, 추후 대법원에서 관련 판결이 확정되면, 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