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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中 등 강대국과 분쟁 초기부터 전술핵 사용 훈련”


입력 2024.02.29 20:36 수정 2024.02.29 20:36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FT, 러시아군 2008~2014년 기밀 문서 29건 입수

‘서방 우크라 파병’ 현실화 러 핵무기 사용 가능성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의 개막식 기조연설을 마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중국 등 주요 강대국과 전쟁을 벌이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쟁 시나리오를 훈련해왔다는 러시아군 기밀문서가 공개됐다. 기밀문서는 작성된 지 10년 이상 된 것이지만, 러시아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러시아군 기밀문서에 따르면 워게임(war game) 시나리오’를 다룬 해당 문서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러시아군이 훈련을 위해 작성된 기밀 사항을 담은 29건이다. 이들 문서에서 핵무기 사용기준은 ▲적의 중대한 공격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막지 못하게 된 상황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 등을 제시했다.


세부 기준으로는 ▲전략 탄도미사일 잠수함의 20% ▲핵 추진 잠수함의 30% ▲순양함 3대 이상, 비행장 3곳이 파괴되거나 해안지역을 포함한 주요 군 거점 지휘센터가 치명적인 공격을 받은 경우 등이 명시됐다. 이밖에 러시아군은 ▲분쟁 확대 억제 ▲공격 억제 ▲해군 전력 효율화 등 더욱 광범위한 목적을 위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에 따라 서방의 ‘우크라이나 파병’이 현실화할 경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러시아 동부 지역을 관할하는 부대는 중국의 침공을 가정한 여러 개전 시나리오를 훈련했다. 이 문서에는 “‘북부 연방’(러시아)은 ‘남부’(중국)의 북진을 막기 위해 전략적 핵 공격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러시아 고위 안보라인 내에 중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영국의 핵안보 연구소인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윌리엄 앨버크 기술·무기 통제 분야 연구원은 “러시아는 중국 국경 근처 극동 지역에서 핵 탑재 미사일을 계속 강화하고 있고, 관련 훈련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현재 군사 지침도 10여년 전 작성된 해당 문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러 정부는 반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은 “핵무기 사용기준은 군 교리에 명시돼 있으며, 절대적으로 투명하다”며 해당 문서들의 “진위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해명했다. 중국 역시 기밀문서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부는 “중·러 우호협력조약은 두 나라 간 영원한 우정과 비(非)적대관계를 법적으로 확립했다”며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협론이 낄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최소한 2000기의 전술핵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한다며 러시아 전술핵은 미국을 겨냥한 전략핵무기와 달리 유럽·아시아의 전장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FT가 전했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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