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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일 없기만을” 황선홍 감독의 위험한 투잡 [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4.03.02 07:01 수정 2024.03.02 07:0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 고심 끝에 대한축구협회 제의 수용

파리올림픽 진출 장담 어려운데 A대표팀까지 떠안아

클린스만과의 ‘잘못된 만남’ 한국 축구 위기에 빠뜨려

황선홍 감독. ⓒ KFA

“그저 그런 일 없기만을 바라야겠죠.”


대한민국 축구를 걱정하는 한 축구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달 27일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 3차 회의 끝에 황선홍(56)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됐다. 황 감독은 오는 21일(서울)과 26일(방콕)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태국(피파랭킹 101위)과의 홈-원정 2연전을 지휘한다.


지난달 24일 2차 회의(비공개)를 연 전력강화위원회는 '임시 감독'을 선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꼼꼼히 따져가며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태국전을 마친 뒤 다음 일정은 6월 싱가포르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이때는 외국인 감독도 후보군에 올려놓고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 대표팀에 집중해야 할 황선홍 감독을 선임한 것은 아쉬운 결정이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황선홍 감독을 선임한 이유로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1년 6개월 동안 팀을 꾸려오면서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선홍 감독이 많은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A대표팀 감독이 23세 이하 대표팀을 동시에 지휘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축구계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 KFA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024 파리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을 확정한 상태가 아니다. 다음달 카타르에서 ‘2024 AFC U-23 아시안컵’ 겸 파리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치러야 한다. 이 대회서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다.


4월 대회를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동 친선대회(3월18~26일)도 치러야 한다. 이 기간 황선홍 감독은 갑자기 A대표팀을 지휘하게 됐다. 따라서 올림픽 대표팀은 감독 없이 코치진이 팀을 이끌게 됐다. 해당 대회는 친선전이지만,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해당 대회를 단순히 “경기력 점검 수준의 대회”로 여기는 일부 위원들 시각을 놓고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심 끝에 대한축구협회 제의를 받아들인 황선홍 감독은 ‘위험한 투잡’을 뛰게 됐다. 한국 축구의 위기를 체감한 황 감독의 “희생하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A대표님에서나 올림픽 대표팀에서나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거센 비판은 결국 황선홍 감독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손흥민-이강인 마찰이 있었던 A대표팀은 예선 C조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올림픽대표팀은 티켓을 장담하기 어렵다. 결코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정해성 전력강화의원장은 황선홍 감독 선임으로 인해 올림픽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 모두 성적이 좋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내가 전력강화위원장으로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답했지만 사실 무의미한 답이다. 전력강화위원장은 자문과 조언 역할일 뿐, 감독 선임은 이사회와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결정에 따른다.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지 않은 정해성 위원장의 발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올림픽 대표팀과 A대표팀 모두 성적이 좋지 못한)그런 일이 없기만을 바라야 하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는 한 축구 관계자의 말을 들으면서 클린스만 감독과의 ‘잘못된 만남’이 한국 축구를 얼마나 큰 위험에 빠뜨렸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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