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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갑 이창근, 추미애 상대 나선다…'2014년 홍철호 모델' 주목


입력 2024.03.02 07:00 수정 2024.03.02 07:0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추미애, 하남과는 특별한 연고 없어

국민의힘, '토박이 대 철새' 프레임 유력

秋, '이념' '정쟁' '강성' 색채 강한만큼

'경제' '민생' '중도' 이미지로 대응할 듯

이창근 국민의힘 전 경기 하남 당협위원장(사진 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갑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 ⓒ데일리안

더불어민주당이 이곳저곳에 여론조사를 돌려보며 투입을 검토하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최종적으로 경기 하남갑에 내리꽂기로 결정했다. 하남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추 전 장관이 전략공천을 받음에 따라, 이 지역구에서 26년째 살아온 이창근 국민의힘 전 경기 하남 당협위원장이 '필승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어 이른바 '여전사 3인방'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추미애 전 장관을 신설 분구되는 경기 하남갑에 전략공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규백 위원장은 이날 전략공관위원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추미애 전 대표가 거기 (하남갑에) 가셔서 선전을 해주십사 하고 당에서 요청을 드렸다"며 "본인이 수락을 해서 하남갑으로 이번에 의결했다"고 밝혔다.


하남갑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신설 분구되는 지역구다. 경기 하남시를 나눠 천현동·신장동 등 '원도심'은 하남갑, 덕풍3동과 미사1~3동 등 '미사신도시'는 하남을로 분구했다.


이와 관련, 안 위원장도 "새로 분구되는 미사(신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말고 하남갑은 기존 지역으로서 도농복합지역"이라며 "기존 (원도심) 지역이기 때문에 우리 당으로서는 상당히 험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하남 원도심인 경기 하남갑에 전략공천을 받은 추미애 전 장관은 하남과 특별한 연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전 장관은 대구 달성 출신으로 경북여고를 나왔으며,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양대 법대를 졸업한 뒤 판사로 봉직하다가 정계에 입문한 뒤로는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서만 5선을 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하기도 하는 추 전 장관이 돌연 연고가 없는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았다는 점에서, 여권에서는 이 지역구에 토박이 후보를 내세워 '토박이 대 철새'로 프레임을 짜야 총선에서 필승할 수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같은 프레임은 2014년 경기 김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효과가 입증됐던 전략이다. 당시 민주당이 잠재적 대권주자였지만 남해군수와 경남도지사 경력밖에 없어 김포와 연고가 없던 김두관 후보를 내리꽂자, 국민의힘은 '정치 신인'이지만 임진왜란 이래로 김포 통진읍에 400여 년에 걸쳐 14대째 거주한 홍철호 후보를 내세워 맞불을 놓았다.


김두관 후보는 당시 2년 전에 치러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등 대권주자 반열이었고 홍철호 후보는 완전히 새롭게 정계에 발탁된 인사라 두 사람의 인지도는 하늘과 땅 차이였지만, 지역구 선거에서는 '철새 대 토박이'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했다.


윤상현 당시 사무총장은 "김포는 멀리 낙동강에서 400㎞ 날아온 후보가 일할 곳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김무성 대표는 "김두관 후보가 대권에 도전한다며 언제 다시 김포를 떠날지 아느냐"고 꼬집었다.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김두관 후보에게) 김포 지역의 12개 읍면을 그려놓으라 하면 제 위치에 몇 개나 그릴 수 있겠느냐"며 "국회의원 하겠다는 사람이 자기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계속되는 공격에 김두관 후보 측은 선거운동기간 내내 "홍철호 후보가 토박이론을 내세우며 선거판을 어지럽히고 있다"며 방어에 급급하다가 결국 10.4%p 차로 대패했다. 김 후보가 선거운동기간 마지막날 "고심 끝에 '경기도 속의 경상도' 같은 김포에서 출마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라고 내놓은 입장도 김포 유권자들에게는 선뜻 와닿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창근 전 위원장이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도 당시 성공한 기업가 출신 홍철호 후보를 떠올리게 한다는 관측이다. 추미애 전 장관이 '이념' '정쟁' '강성'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맞상대로는 이와 뚜렷하게 대조를 이루는 '경제' '민생' '중도' 이미지의 후보를 내야 필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전 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정'에서 대변인을 지내 일단 범오세훈계로 분류되지만, 그 전부터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내는 등 전통적인 보수 본류 세력으로 여겨지며 계파색이 옅다. 특정 성향 유튜브에도 보수 세력을 대변해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등 정치성향을 가리지 않고 다수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사 중도 확장성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미터가 시티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1월 10~11일 유선 10%·무선 90% 혼합 ARS 방식으로 하남의 여야 후보 지지율을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권 후보 중에서는 이창근 전 위원장이 17.4%로 1위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반면 하남 '원도심'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하남과의 연고가 뚜렷치 않은 후보를 국민의힘이 내세우면 갑자기 내리꽂힌 추미애 전 장관과 차별성을 부각할 기회가 사라지며, 거기에 더해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짙은 후보를 내세운다면 해당 지역구는 물론 전체 선거판이 '정권심판론'에 휩쓸리면서 뜻하지 못한 방향으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근 전 위원장도 '토박이 대 철새' 프레임으로 선거전을 치르는 것에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추미애 전 장관의 전략공천은 구도와 전선이 더더욱 분명해진 격이라 반갑다"며 "추 전 장관은 이곳 하남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 갑자기 날아온 것이고, 나는 원도심에서 26년째 살아오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아울러 "철새처럼 날아온 사람은 하남에 통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김영주 국회부의장과의 만찬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 하남갑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추미애 전 장관이 (하남갑 전략공천을) 흡족해할지 모르겠다"고 답했을 뿐, 특정 후보가 국민의힘 하남갑 후보로 단수공천 검토된다는 설에 대해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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