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교체율, 혁신 기준 될 수 없어"
'현역 강세'…엄격한 시스템공천 결과
韓, 권력자 '자의' 배제 측면서 혁신적
낮은 여성·청년 비율은 비례로 보완
국민의힘 공천을 두고 '현역불패' '기득권 공천'이라는 비판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4일 서울 종로구를 방문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 공천을 "현역불패 기득권 공천"이라고 규정했고,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공천이 최소한 국민의힘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4일 기준 국민의힘은 199명을 후보자 공천을 확정 지었는데, 이 가운데 현역 의원은 64명으로 나타났다. 경선에서 탈락한 지역구 현역 의원은 6명에 그쳤으며 특히 3선 이상 중진 31명 중 23명이 공천을 받았다. 공천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일부 지역을 포함하면 현역 강세는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현역 교체율 측면에서 다소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하지만 단순 현역 교체율이 혁신과 쇄신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18대 국회의 현역 교체율은 44.8%, 19대 49.3%, 20대 42.3%, 21대 50.3%로 점점 높아졌지만, 긍정적인 평가는커녕 매 회기 때마다 '최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특히 현역 교체율이 가장 높았던 21대 국회는 상임위 독식부터 위장 탈당, 기립 표결, 최대 본회의 법안 강행 등 헌정 사상 오점으로 기록될만한 사건이 유독 많았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은 19선 의원을 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6선을 한 것처럼 무조건 교체가 많다는 것을 (혁신의)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며 "현역을 많이 교체해서 혁신이고 상대는 기득권 공천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주장이고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현역 강세는 엄격한 '시스템공천'의 필연적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시스템공천은 공천권자의 자의를 배제하고 사전에 합의된 룰에 따라 유권자의 뜻을 반영해 지역구 후보를 공천한다는 취지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인지도와 조직·정보·활동량에서 앞서는 현역, 특히 다선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고위 당직자는 "'3김'으로 요약되는 총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정당 시스템이 자리 잡은 이후 공천은 권력자의 자의적 개입을 막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며 "(시스템공천으로) 설사 현역이 더 유리하더라도 공천권을 매개로 한 줄 세우기와 측근 챙기기, 파벌 싸움, 전체주의적 행태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권력자의 자의가 개입된 공천은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그 자체로 '시스템'이라 할 수 없다"며 "여야 모두 시스템공천을 표방해왔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실행된 적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이번 국민의힘 시스템공천은 권력자 혹은 공천권자의 자의가 절제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혁신적"이라고 자평했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 우려했던 '용산 대통령실 공천' '검사 공천'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시스템공천은) 현역이 더 경쟁력을 갖거나 경선에서 이기기 좋은 구조"라면서도 "개별 공천에 개입해 나름대로 바로잡는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는 시스템에 맡기고 시스템이 다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막는데 주력하는 게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평가받을 만한 공천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과 청년·신인에게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한계는 일부 지역 국민추천제와 비례대표 후보 공천으로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젊은 인재들을 많이 발굴해 국회로 보낼 수 있는 공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수긍한다"며 "시스템 안에서 구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이날 "비례대표 공천을 함에 있어서 국민의힘 공천 방향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지역구 공천에서 부족하고 아쉬웠던 점을 채울 것"이라며 "여성·청년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비례대표 공천에서 최대한 담아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