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4대 은행 '회수 불능' 기업대출만 6000억…깊어지는 '부실의 늪'


입력 2024.03.11 06:00 수정 2024.03.11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추정손실 여신 1년 만에 64% 급증

고금리 충격에 리스크 확산 '그림자'

은행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4대 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부실 기업대출 가운데 아예 회수 불능 상태로 판명된 금액이 한 해 동안에만 2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6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충격 속에서 기업대출의 질이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다지만, 이처럼 위험 정도가 가장 심각한 여신이 두 배 이상 더욱 빠르게 몸집을 불리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돼 온 금융지원까지 감안하면 아직 숨겨진 리스크도 상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대출 여신 중 추정손실로 분류된 액수는 총 590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4.1%(2306억원) 늘었다.


추정손실은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여신을 일컫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빌려준 돈인 여신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최하 단계에 속한다. 금융사는 해당 액수 전액을 충당금으로 잡아야 한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금융의 추정손실 기업대출이 159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35.5%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1583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365억원으로 각각 46.8%와 69.3%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하나은행도 1364억원으로 추정손실 기업대출이 44.3% 증가했다.


4대 은행 추정손실 여신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특히 이같은 추정손실 여신의 증가세는 기업대출 전체의 부실 확대 속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의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2조4151억원으로 26.5% 늘긴 했지만, 추정손실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절반을 밑돌았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부실채권을 구분하는 잣대로 쓰인다. 자산 건전성 분류 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여신이다.


이는 그만큼 금융사 대출을 상환하는데 곤란을 겪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대출을 갚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추정손실 여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현실은 걱정을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문제는 고금리 기조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차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더해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4년째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는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기업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왔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 중에서도 리스크가 더 큰 대출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높은 금리로 인한 부실 대출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악성 부채가 쌓이지 않도록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