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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LCC에 질 순 없지"… 업계 선두 제주항공·티웨이의 '몸부림'


입력 2024.03.11 15:22 수정 2024.03.11 15:58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LCC 지각변동 앞두고 생존 위한 사업 다각화

제주항공, 중단거리 노선 유지·화물 사업 확대

티웨이항공, 중장거리 노선 늘려 '몸집 키우기'

ⓒ티웨이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LCC(저비용항공사)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의 산하 LCC 3사(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가 통합할 경우 오랫동안 굳어진 LCC업계 순위 변동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줄곧 선두를 지켜왔던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생존을 위한 먹거리 찾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오는 5월 16일부터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을 시작으로 유럽 노선 운항에 나선다. 오는 6월부터는 프랑스 파리 노선에도 취항할 예정이다.


LCC업체가 유럽 노선에 취항하는 것은 티웨이항공이 최초다. 티웨이항공은 앞서 기존 LCC들 중에서도 유독 중장거리 노선 차별화에 힘을 실어왔다. 일본, 동남아 노선 외에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몽골 울란바토르, 호주 시드니 등 노선에 취항하면서다.


여기에 최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심사 과정에서 EU 집행위로부터 유럽 4개 중복노선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면서 티웨이항공의 유럽 노선 다각화에도 속도가 붙게됐다. 오는 6월 파리를 시작으로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총 4개 노선을 모두 티웨이항공이 이관받게 되면서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으로부터 장거리 항공기 5대, 조종사, 정비 인력 등을 함께 지원받는다.


유럽 노선을 모두 이관받고 나면 티웨이항공의 LCC업계 내 몸집은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유럽은 기존 아시아나항공 역시도 수년씩 걸렸을 정도로 취항하기 까다로운 노선으로 꼽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최대 수혜자로 티웨이항공이 꼽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이 유럽노선을 운항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안정화를 위한 시간은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럽은 취항 자체가 어려운 노선이라 향후 운항이 안정화되면 평균 4000억~5000억원의 매출은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에서 항공기부터 인력까지 모두 지원해준다는 점도 매우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중장거리 노선 확보에 나선 티웨이항공과는 다른 생존 방식을 택한 모양새다. 여객 사업에서는 기존 LCC 정체성인 중단거리를 중심으로 이어가고, 대신 화물사업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제주항공은 기존에도 소형 화물을 중심으로 화물사업을 지속해왔다. 이미 2대의 화물 전용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엔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 인수전에 뛰어들며 화물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티웨이항공이나 에어프레미아처럼 중장거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원조 LCC다, LCC업계 1위'라는 고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LCC의 기본 사업 방향인 중단거리 여객 운송을 중심에 두고 다른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그 중 하나가 화물사업부 인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전이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제주항공의 인수 성공 의지를 판가름하는 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가격이 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는 데 드는 총 비용은 1조5000억~1조7000억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제주항공이 아시아나 화물을 인수할 경우 화물 매출은 평균 1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비용 투입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내는데 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 될 것으로 봤다. 장기적으로는 이미 포화된 여객사업보다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 앱을 이용한 해외직구가 급증하면서 대한항공의 중국 화물 매출도 크게 늘어난 바 있다.


박상범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화물이 장기적으로는 여객운송보다 시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LCC들이 중단거리 중심으로만 사업을 하다보니 중단거리 운송 시장은 이미 포화된 상황"이라며 "LCC 입장에서는 사업다각화가 절실한데,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는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매물이다. 사업이 안착하는 기간을 버텨낼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이 기존 '중단거리 여객 중심의 저비용 항공사' 라는 LCC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중심에는 중단거리 여객사업으로 더이상 수익을 확대하기 어려운 지점에 다다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에 따라 산하 LCC 3사가 통합할 경우 그간 영위해온 업계 1,2위 타이틀을 지켜내기도 쉽지 않다. 진에어(28대), 에어부산(21대), 에어서울(6대) 등 3곳이 보유한 항공기 대수를 합산하면 총 54대로, 제주항공(42대), 티웨이항공(30대) 보유 대수를 크게 웃돈다. 이에 따른 매출 합산 규모 역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을 앞지를 전망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LCC 3사가 통합하게 되면 업계 1,2위였던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밀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들이 그동안 누렸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사업 다각화 뿐"이라며 "코로나를 겪으면서 항공산업 환경이 언제까지나 평이할 수는 없다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작용했고, 미래를 위한 대비책을 세울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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