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유통법 개정 지지부진…“중국 이커머스 공습에도 전통시장 타령만”


입력 2024.03.13 06:49 수정 2024.03.13 06:49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규제 완화 개정안 21대 국회선 자동 폐기 수순

10년 전과 유통환경 달라…알리, 가공식품에서 신선식품까지 공격적 진출

지자체 중심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전국 확산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에 내걸린 휴일 운영 안내 메시지.ⓒ뉴시스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수개월째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소비자 편익 향상을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거대 야당에 발목을 잡혀 관련 개정안은 사실상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매장 면적이 3000㎡가 넘는 대규모 점포를 대상으로 월 2회 문을 닫도록 한 제도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 대형마트는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에 쉬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또 법제처가 영업 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해 온라인 배송을 하는 것은 사실상 점포를 개방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의무휴업과 휴일배송은 규제라는 울타리에 함께 묶이게 됐다.


하지만 규제가 시작된 지 12년이 지나도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산업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산업을 뛰어넘을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서 오히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면서 유통환경이 크게 바뀐 탓이다. 규제가 시작된 당시에는 전통시장의 가장 큰 경쟁자가 대형마트였지만 현재는 이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 유통산업의 메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진출 초기에는 중국 직구 상품이 주력이었지만 현재는 국내 유수의 식품기업은 물론 딸기 같은 신선식품도 취급하기 시작했다. 장보기 품목을 늘려가고 있는 만큼 조만간 전통시장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유통 환경 변화에도 10여년 전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억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1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원칙을 폐기하기로 하는 등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규제 완화로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전히 반대를 하고 있다.


대형마트업계는 규제 이후 출점제한으로 매장 수가 줄고 수익성 또한 악화되고 있다. 업계 1위 이마트의 경우 작년 연결기준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의무휴업일에는 매장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배송도 제한돼 이커머스업체와의 경쟁에도 밀리는 실정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에 더해 중국 업체들까지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과의 경쟁 구도만 가지고 규제를 지속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소비자 편익 향상과 공정한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규제 완화를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트 의무휴업일을 바꾼다고 해서 전통시장이 더 어려워지는 것도 아니다”며 “대구시의 경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후 전통시장 매출은 오히려 32% 이상 늘었고 소비자 평가도 긍정적으로 조사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규제 완화를 담은 개정안 처리가 지지부진하자 지자체가 주축이 돼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작년 2월 대구시를 시작으로 5월 청주시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고, 올 들어서는 서울 서초‧동대문구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도 16개 구‧군의 모든 대형마트가 이르면 5월부터 매주 일요일 정상 영업을 하기로 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