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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탕서 미끄러져 골절된 손님…업주 과실 인정된 이유는 [디케의 눈물 195]


입력 2024.03.13 05:05 수정 2024.03.13 05:05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목욕탕 손님, 2022년 남탕서 미끄러져 골절 상해…법원 "업주 과실, 벌금형"

법조계 "목욕탕 바닥, 안전조치 필요성 커…사고발생 가능성 미리 인지했어야"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모든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업주 안전보건의무 강화"

"악용사례 발생 우려도…경고문 부착 및 정기적 바닥청소 등 충분한 조치 필요"

ⓒgettyimagesBank

목욕탕에서 손님이 미끄러운 바닥에서 넘어져 다친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업주 측 과실을 인정했다. 법조계에선 목욕탕은 일반 업장에 비해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은 데도 안전조치가 미비했고, 특히 여탕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가 있었지만 남탕엔 없었다는 점이 유죄 판단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면서 일반 고객에 대한 업주의 안전보건의무가 대폭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판례라고 강조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항소1-3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목욕탕 업주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2022년 A씨 업소에선 30대 B씨가 남탕에서 나가다가 넘어져 전치 9개월의 팔 골절상을 입게 됐다. B씨가 넘어진 곳은 수시로 비눗물이 흐르고 탕에서도 따뜻한 물이 넘어올 수 있는 배수로였다. 특히 폭이 13cm로 성인 남성 발바닥 폭보다 넓어 이용자들이 발바닥 전체로 미끄러운 배수로 전면을 디딜 가능성이 컸다.


B씨는 목욕탕 측이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다치게 됐다며 A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A씨가 미끄럼 방지를 위한 아무런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고 기소했다. A씨 측은 이번 사고를 예측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배수로가 미끄러운 타일로 돼 있는 데다가 여탕 배수로에는 미끄럼방지 매트가 설치됐던 점을 근거로 A씨 과실을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B씨 부상이 A씨 과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목욕탕 배수로는 항상 비누, 샴푸 등이 섞인 미끄러운 물이 흐르는 곳이다. 무방비 상태에서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데도 여탕과 달리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점, 안전조치 필요성 및 사고발생 가능성을 업주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거나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여지는 점 등에 비춰 업주에 과실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고 분석했다.


ⓒgettyimagesBank

그러면서 "목욕탕 내부에서 안전사고 발생과 관련해 업주 측에 강화된 안전조치 의무를 요구한 판결이자, 최소한의 안전배려 의무를 이행했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며 "또한 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공장이나 건설 현장뿐만 아니라 50인 미만 사업장인 동네 식당, 빵집, 목욕탕 등에도 적용되면서 근로자 뿐아니라 일반고객에 대한 업주들의 안전보건의무도 대폭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판례이다"고 부연했다.


김가람 변호사(법무법인 굿플랜)는 "목욕탕은 늘 바닥이 미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반 업장보다 특수한 업장이라 보다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해당 판례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목욕탕 업주들이 덜 미끄러운 타일을 쓰거나 정기적으로 바닥 청소를 하는 등 충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일반적인 주의 의무에 비해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것은 고도의 주의를 요구한다"며 "업무상 과실은 사고에 대해 예견 가능성이 있음에도 주의를 다하지 못해 발생한 경우에 대한 과실이다. 타인을 다치게 한 업주의 과실 정도가 얼마나 중하냐, 피해자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느냐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고 전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여탕에만 미끄럼 방지매트가 깔려 있었던 것이 유죄 입증의 핵심 판단기준이 됐을 것이다"며 "여탕에는 미끄럼 방지 조치를 했다는 것은 결국 사고가능성을 업주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므로 남탕에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과실이 크게 인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로 업주가 기소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업주가 안전조치를 취했는지 여부에 관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다르다"며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도 판단이 유지된 것으로 보아 업주의 업무상 과실과 손님의 부상 간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 증명됐을 것이고 그렇다면 업주 입장에서 억울하게 생각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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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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