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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배우 원하면서, 뽑지는 말라고?”…뮤지컬 제작사의 딜레마 [뮤지컬 세대교체③]


입력 2024.03.21 06:54 수정 2024.03.21 06:5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티켓값 상승에 '고품질' '유명배우' 공연 선호

“제작사 입장에선 돈을 벌어야 하고, 관객들은 유명한, 인지도 높은 배우를 원하죠. 그럼 방법은 딱 하나 아닌가요?” 현재 뮤지컬 시장이 ‘악순환’의 굴레에 빠졌다는 것이 증명되는 공연 관계자의 말이다.


뮤지컬 관객은 크게 ‘N차 관람’을 하는 회전문 관객과 1년에 1~2편 정도 뮤지컬을 즐기는 일반 대중으로 나뉜다. 보통 일반 관객은 작품의 인지도를 기준으로 유명 배우의 회차를 관람한다. 그렇다면 회전문 관객은 어떨까. 회전문 관객 중에서도 많은 이가 ‘본진’(가장 좋아하는 주된 배우)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같은 공연을 관람하는 식이다.


ⓒ픽사베이

실제로 대다수의 뮤지컬 관객은 ‘내가 좋아하는’ ‘인지도가 높은’ 배우의 공연을 볼 뿐, ‘뮤지컬 배우의 세대교체’ 필요성에는 거의 무관심했다. 1년에 뮤지컬을 2회 이상 즐기는 직장인 이모(41)씨는 “사실 뮤지컬 배우의 세대교체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이왕 한 번 보는 뮤지컬인데 유명한 배우를 보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해서 그 작품의 대표적인 배우 페어로 관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세대교체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건 업계 관계자들이다. 당장은 유명 배우를 내세워 수익을 낸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스타 배우를 발굴하지 못한다면, 그 작품의 생명력은 한 배우의 세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뮤지컬 시장이 지금까지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건, 2000년을 기점으로 뮤지컬계에 한 차례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다. 당시에는 대놓고 오디션에서부터 ‘세대교체’를 내걸고 새로운 얼굴을 캐스팅하기도 하고, 주연 배우의 언더스터디를 실력 있는 신인에게 부여하면서 무대에 설 기회를 주기도 했다. 과감한 신인 캐스팅을 통해 시장의 5년, 10년을 보장받는 식이다.


현재 여성 뮤지컬 배우를 대표하는 민경아의 경우도 2015년 뮤지컬 ‘아가사’의 앙상블로 데뷔한 이후 같은 해 ‘베어 더 뮤지컬’의 주연으로 발탁됐고 실력을 인정받아 중소극장 주연, 대극장 조연을 거쳐 현재 인지도가 높은 대극장 주연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실력 있는 신인 발굴을 통해 여성 뮤지컬 배우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한 사례다.


시장이 더 건강해지고 선순환이 되려면 신인 발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엔 세대교체라고 불릴 만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문제임을 알면서도 당장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안전한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스타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나 시도를 할 겨를 없이 당장의 ‘수익이 안 된다’고 손을 놓고 있는 한국 뮤지컬 제작사의 현주소다.


물론 세대교체를 위한 모든 위험 부담을 민간 제작사에게 떠넘기는 건 아니다. 어쩌면 공동의 이익을 위해 그 안의 작은 집단에게 너무 가혹한 요구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 때문에 민간 제작사가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해선, 다양한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뮤지컬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지원금이 성공 확률이 높은 작품 즉 ‘돈’이 되는 작품에 쏠려 있는 편이다. 시장의 내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신인 발굴에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시도를 함에 있어서 창작자들이 위축되지 않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지도 높은 배우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신인 배우까지 아우르는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뮤지컬 배우는 “브로드웨이에는 배우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있다. 그 안에 여러 보호 장치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조합원에게 오디션 기회를 열어주는 시스템은 특정한 소수가 시장을 독식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한국에도 이런 시스템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한국 뮤지컬 산업은 이미 세계 4대 뮤지컬 시장이라 불린다. 한국 뮤지컬이 여기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차후 5년, 10년 후를 책임질 새 얼굴이 절실한 상황”라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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