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재활용은 기본, 귀금속까지 뽑아내는 '도시의 광산'…뚝섬 폐차장 [데일리안이 간다 43]


입력 2024.03.23 05:05 수정 2024.03.23 05:05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운행 가능 차량은 정비 거쳐 개발도상국에 수출하기도…외화획득 일조

일부 고무·유리·직물 빼고 폐차에서 90% 재활용 가능…저렴한 부품 공급원

구리·철에다가 귀금속인 백금까지…도시에서 만나는 광산

서울 성수동의 한 폐차업체.ⓒ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우리나라는 고품질의 철강생산능력을 바탕으로 2022년 376만대의 자동차 생산량을 기록한 세계 5위의 자동차 대국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만들어냈으면 그만큼 사라지는 자동차도 생기는 법이다. 자동차들이 생산된 곳은 제각각이지만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모두 폐차장이다. 폐차장은 단순히 수명을 다한 자동차들을 폐기하는 곳만이 아니다. 쓸만한 차량은 해외로 수출해 외화획득에 일조하기도 하고, 폐기하더라도 회수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뽑아내 새로운 원자재로 활용되게 하는 '도시의 광산'이기도 하다.


22일 데일리안은 서울 성수동의 A폐차장을 찾았다. 폐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층층이 탑을 이룬 듯 쌓여있는 오토바이들. 폐차장 업주 황모씨는 "우리나라에서 오토바이들은 주로 배달용으로 이용돼서 험하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반 자동차에 비해 사고율도 높고 해서 오토바이 폐차 물량이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주행성능에는 이상이 없지만 디젤 배기가스 규제로 인해 조기폐차가 결정된 차량. 이런 차량은 거의 규제가 느슨한 해외로 수출된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황씨는 "일단 폐차가 접수되면 차량등록을 말소시킨 뒤에 상태를 보고 해외로 수출을 보낼지 해체로 넘길지 결정한다"며 "우리나라 소형 승용차와 오토바이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동남아 개발도상국에서 인기가 좋아 쓸만한 것들은 정비 후에 수출로 넘기는 경우도 꽤 된다"고 전했다. 황씨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배기가스 규제 문제로 조기폐차가 결정된 구형 디젤차량같은 경우에는 주행성능에 문제가 없을 경우 거의 규제가 느슨한 해외 국가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결국 해체가 결정된 차량들은 어떻게 될까. 인근에서 B폐차장을 운영하는 업주 윤모씨는 "폐차에서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은 일부 고무·유리·직물 재질로 된 부품 정도밖에 없다"며 "거의 90%는 재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폐차에서 떼어낸 부품들은 새 부품들보다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에 나름의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 윤씨는 "연식이 짧은데도 사고로 인해 폐차시키는 경우에는 파손부위만 제외하면 부품이 멀쩡한 것들이 많다"며 "시동배터리·사이드미러·범퍼·좌석·타이어·휠 등은 장착도 쉽기 때문에 중고부품으로 다른 차량에 장착하기 위해 많이 팔려나간다"고 덧붙였다.


폐차 예정인 차량에서 분리한 타이어와 휠. 이런 부품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수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려나간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이어 "엔진이나 변속기 중 상태가 괜찮은 것을 골라내 정비를 거친 뒤 엔진이나 변속기가 고장난 다른 차량에 이식하는 경우도 있다"며 "작업이 좀 까다롭기는 해도 새 엔진을 장착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차량을 되살릴 수 있으니 이런 수요도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쓸만한 부품들을 모두 들어내고 난 뒤에도 폐차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 차 내부의 전기장치에 설치된 전선에서는 고순도의 구리를 얻을 수 있다. 이 구리는 특별한 공정을 거칠 필요도 없이 바로 녹여서 다른 구리제품을 만들 수 있다. 보통 중형 승용차 1대에서 발전기 코일과 전선을 포함해 2~2.5㎏의 구리를 빼낼 수 있다고 윤씨는 말했다.


폐차 예정인 차량에 장착돼있는 삼원촉매장치. 이 안에는 귀금속인 백금이 들어있어 폐차 고철가격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폐차장에서 특히 눈여겨보는 것은 배기장치에 연결된 삼원촉매장치다. 삼원촉매장치에는 대부분 배기가스 정화 촉매로 귀금속인 백금이 들어있는데 폐차 해체 과정에서 이것을 그대로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윤씨는 "폐차 고철값의 거의 절반은 촉매로 쓰이는 백금에서 나온다"며 "백금이 비싸다보니 가끔씩 제조사 정품이 아닌 재생품을 촉매로 장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엔 고철값이 확 떨어지게 되니 정품 촉매 여부를 꼭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철강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압축과정을 거쳐 적재된 폐차들ⓒ독자 제공

그 뒤에도 철로 만들어진 차체는 압착해 부피를 줄인 뒤 제철소로 넘겨 다시 철강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윤씨는 "보통 2500cc급 중형 승용차 한 대에서 나오는 고철 무게는 600~700㎏"이라며 "제철소에서 2톤 이상의 철광석을 제련해야 이정도 무게의 철을 얻을 수 있다. 폐차 고철은 매우 효율이 높은 자원"이라고 부연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고품질의 철강재를 대량생산해내는 철강 강국이긴 하지만, 그 원료가 되는 철광석은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폐차장은 그런 수입 부담을 덜어주는 말 그대로의 '도시 광산'인 것이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