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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폭등에 너도나도 ‘후분양’ 검토…강남 진입장벽 더 ‘견고’


입력 2024.03.27 06:34 수정 2024.03.27 06:34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재건축 사업, 조합-시공사 간 공사비 협상 ‘난항’

사업 지지부진…‘선 착공 후 협상’ 후분양 카드 ‘만지작’

“조합원 부담 덜겠지만, 무주택자 강남 입성 힘들어”

재건축 사업장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증폭되자 강남권 주요 단지들 중심으로 후분양을 검토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데일리안DB

재건축 사업장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증폭되자 강남권 주요 단지들 중심으로 후분양을 검토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지체 없이 사업 추진이 가능하고 향후 고분양가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돼 분양 시점에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단 이점에서다. 후분양으로 진행하는 단지들이 늘면서 무주택자들의 강남권 진입장벽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3월 분양가상한제 기본형건축비는 ㎡당 197만6000원에서 203만8000원으로 6개월 전 대비 3.1% 올랐다.


콘크리트와 레미콘 등 주요 자잿값과 인건비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서울 도심 내 재건축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을 놓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원 반포1·2·4주구(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은 오는 28일 착공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달 이곳 조합에 시공사 입찰공고를 낸 2017년 당시보다 공사비를 약 1조4000억원가량 증액해 총 4조원 규모의 공사비를 요구한 바 있다. 당초 3.3㎡당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건데 조합이 거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사비 증액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자 조합은 우선 착공 후 공사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각종 금융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선 착공 후 협상’이 조합원 부담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서초구 신반포22차는 현대엔지니어링과 3.3㎡당 1390만원대로 공사비를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공사비가 3.3㎡당 569만원이던 것을 감안하면 2.5배 높은 수준이다.


송파구 잠실진주 역시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과 공사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시공사는 3.3㎡ 889만원을 요구했으나, 조합의 반발로 한 차례 부결됐다. 시공사는 이달 조합에 3.3㎡당 823만원으로 최종 증액안을 제시한 상태다.


고금리 기조 속 공사비가 천정부지 치솟는 가운데 사업이 지연되면 그만큼 조합원 개개인의 비용 부담도 커지게 된다. 이에 강남권 주요 사업장들 안팎에선 후분양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후분양으로 추진할 경우 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아도 돼 분양수익을 그만큼 더 올릴 수 있단 점도 한몫한다. 특히 강남권 입지를 갖춘 경우라면 청약 대기수요가 많아 미달 우려도 적다.


문제는 후분양으로 진행하는 단지들이 늘면 그만큼 일반분양가가 대폭 치솟을 수 있단 점이다. 분양시장 내 ‘똘똘한 한 채’ 기조가 뚜렷한 상황에서 자금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의 강남권 입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쪽에 가깝다.


HUG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서울의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707만원으로 3700만원을 넘어섰다.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앞으로도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늘어난 공사비가 조합원 추가 분담금으로, 이는 또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무엇이 바람직하다, 바람직하지 않다, 말할 수 없지만 우선 후분양으로 하게 되면 조합원 분담금이 줄고 전체 사업구조 자체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며 “무엇보다 분상제를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향후 분양가가 선분양과 비교할 때 훨씬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어 “일반 수요자들은 후분양 단지의 경우 완성형 아파트를 보고 바로 입주할 수 있단 장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선분양이 분양대금을 나눠 낼 수 있어 자금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면 후분양은 일시불로 납부해야 하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결국 가진 자만이 강남에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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