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벨라루스 협조 강조하다 푸틴과 샹반된 주장 내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절친’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범들이 당초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벨라루스로 도망치려고 했다고 밝혔다. 테러범들이 우크라 국경 쪽으로 도주했다며 테러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과는 상반된 주장을 내놔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벨라루스가 신속히 국경 검문소를 설치했기 때문에 그들(테러범들)은 벨라루스에 오지 못했다"며 "그들은 그것(검문소)을 보고 방향을 돌려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테러범 체포 과정에서 두 나라가 긴밀히 공조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나 테러범의 행선지가 당초 우크라이나가 아닌 벨라루스였다는 점을 시사하는 만큼 결과적으로는 러시아가 주장한 우크라이나 배후설의 근거에 ‘치명타를 날린 셈이다. 실제로 이들이 검거된 러시아 남부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보다 벨라루스 국경과 더 가깝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 22일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화재를 일으켜 137명의 목숨을 앗아간 킨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다는 초기 조사결과를 토대로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쪽에 테러범들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루카셴코 대통령의 발언대로라면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도망친 것은 벨라루스 국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일뿐 우크라이나와는 무관한 것이다. 그렇지만 푸틴 대통령은 테러 사흘 만에 이슬람국가(IS) 소행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배후에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이번 테러 사건의 배후에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서방 국가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은 이날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번 테러를 준비했다고 생각하지만 물론 서방에서도 도움을 줬다”며 ‘서방 국가’로 미국과 영국을 지목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