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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뛰는 두 마리 토끼 잡겠다는 기재부 [기자수첩-정책경제]


입력 2024.04.01 07:00 수정 2024.04.01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 발표

건전재정·투자 확대 동시 추진

계속되는 불경기 세수도 불투명

두 마리 욕심내다 빈손 될 수도

기획재정부 전경. ⓒ데일리안 DB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나마 비슷한 방향으로 달리는 토끼라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런데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토끼라면 사냥꾼은 둘 중 한 마리를 포기하는 게 옳다. 욕심낼 문제가 아니다. 둘 다 놓치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기획재정부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나섰다. 기재부는 지난달 26일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발표하면서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연구개발(R&D), 벤처·창업 투자, 기업 투자 활성화 등을 약속했다.


기재부는 예산안 편성 기본 방향으로 “혁신생태계 조성과 미래 대비 체질 개선으로 경제 역동성을 제고하고, 약자 보호 및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건전재정 기조 확립으로 미래세대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건전재정과 투자 확대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 토끼다. 재정을 아끼면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단순히 생각하면 필패(必敗)다. 깊이 생각해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목표다.


건전재정과 투자 확대가 국가 재정 정책 밑바탕인 건 분명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다. 다만 보통은 시차를 갖고 각각 추진한다. 건전재정 때는 투자를 줄이거나 세입을 늘린다. 반대로 투자를 늘릴 때는 건전재정을 잠시 미뤄둔다. 이 둘을 한꺼번에 하겠다고 하니 ‘모순(矛盾)’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우려는 건전재정과 투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수입(세입)마저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정부가 감세를 토대로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라는 건 안다. 하지만 세상일은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김동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왼쪽)과 유병서 예산총괄심의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과 2024년 조세지출 기본계획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당장 선거를 코앞에 둔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통해 각종 투자·개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 주장으로는 대통령 발언을 뒷받침하려면 1000조원 가까운 재원이 필요하다.


물론 기재부는 이 가운데 90% 이상을 민간 자본 유치로 해결하고 정부 재원은 10%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반박한다. 내년부터 모든 사업을 동시에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인 것들도 있다. 나랏돈은 생각만큼 한꺼번에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기재부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어쨌거나 최소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건 분명하다. 게다가 최근 정부는 부담금 폐지(일부)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인하, 주주환원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감세 정책을 잇달아 추진 중이다. 26일 발표한 조세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국세 감면액 전망치는 77조1000억원에 달한다.


기재부는 나라 살림에 필요한 추가 재원을 ‘강력한’ 지출구조조정과 효율적 재정관리에서 끌어모으겠다고 한다.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예산 지출 구조조정은 해마다 거듭해 왔다. 지난해는 기재부 스스로 ‘긴축’에 가까울 정도로 짠물 예산안을 편성했다. 더 쥐어짜도 나올 구멍이 없다.


효율적 재정관리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가진 돈을 아끼는 방법만으로 나가야 할 돈을 감당할 수 없다. 기업의 자발적 투자도 지금 경제 상황에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선택은 결과물을 남긴다. 기재부가 선택한 ‘두 마리 토끼 사냥’ 결과가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 살림을 더욱 메마르게 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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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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