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특급’ 야마모토 요시노부(26·LA 다저스)가 구겨졌던 체면을 회복했다.
야마모토는 31일(한국시각)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4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 선발 등판, 5이닝(68개) 2피안타 5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호투했다.
지난 21일 ‘2024 MLB 서울 시리즈’ 2차전에서 1이닝 4피안타 1볼넷 5실점 굴욕을 뒤집어썼던 야마모토는 이날의 호투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최고 스피드 96.3마일(155km).
1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커브 2개를 앞세워 선두 타자 도노반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야마모토는 골드슈미트-고맨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2회 카펜터에게 안타 하나를 맞았지만 실점 없이 마쳤다. 커브-커터-스플리터 등 변화구가 빛을 발했다.
3회와 4회에는 6명의 타자에게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내야 깊은 타구나 까다로운 타구는 베츠(유격수)와 프리먼(1루수) 등 야수들의 호수비로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경기 시작부터 떨어지던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4회말 종료 후 경기가 잠시 지연됐다.
투구 흐름이 끊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야마모토는 흔들리지 않았다. 5회 2사 후 벌레슨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높게 형성된 포심(95.3마일)을 건드린 크로포드의 타구가 좌익수에 잡혀 이닝을 마무리했다.
0의 행진은 5회말 다저스 타선이 깼다. 베츠와 오타니 볼넷으로 찬스를 잡은 다저스는 프리먼과 스미스 적시타로 2점을 뽑았다. 평균자책점을 7.50까지 끌어내린 야마모토는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등판을 마쳤지만, 불펜진 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야마모토가 내려간 뒤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3-5로 끌려가던 다저스는 9회말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고 연장 10회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10회초 수비에서 1점을 내준 다저스는 5-6 뒤진 10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오타니(5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가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패배를 받아들였다.
다저스는 비록 졌지만 열흘 만에 등판한 야마모토가 기대했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에 고무됐다. 비가 내리고 경기가 지연되지 않았다면 더 좋은 피칭을 보여줬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다.
서울 개막전에서 예상 밖 난조에 빠져 조기 강판되자 일본 언론들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야마모토가 조속히 빠져나와야 한다”며 우려했다. 시범경기 초반 개막전 선발로 낙점되는 듯했지만, 시범경기 중 계속되는 부진과 서울 시리즈 조기 강판을 거치며 3선발로 내려왔다.
미국 본토에서 가진 홈 데뷔전 투구를 보면 지옥 같은 시간에서는 빠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경기 후 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MLB.com 등과의 인터뷰에서 “(야마모토의 호투가)놀랄 일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이날 투구를 통해)그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줬다는 점이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3년 연속 일본프로야구 투수 4관왕(다승·평균자책점·승률·탈삼진) 및 퍼시픽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던 야마모토는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5000만 달러(4397억원)라는 초대형 규모 계약을 맺었다. ‘투타겸업’ 오타니를 제외하고 MLB 역대 최고액 계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