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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그린 튜닝' 안정적 캐시카우 노리는 HD현대마린솔루션


입력 2024.04.01 12:35 수정 2024.04.01 12:3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안정적 보수정비 사업에 더해 친환경 엔진 개조, 디지털 솔루션 수요 성장동력

IPO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친환경‧디지털 경쟁력 강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올해 1월 CES 2024의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HD현대마린솔루션의 해양 데이터 솔루션 '오션와이즈'(OceanWise)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HD현대

판매된 자동차를 정비하고, 차주의 취향에 맞게 튜닝하는 시장이 있듯, 해운‧조선업계에도 선박을 관리하고 개조‧보수하는 애프터마켓이 있다. 원제품인 선박의 가격이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이 높은 만큼 선박 애프터마켓 규모도 크다. 조선 업황과 무관하게 꾸준한 수요가 있는 만큼 안정적이기까지 하다.


이 시장을 겨냥해 설립된 HD현대마린솔루션이 대대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선박 친환경 개조 및 디지털솔루션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내달 중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위해 오는 16~22일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25~26일에는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앞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월 19일 한국거래소 신규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그룹 차기 총수인 정기선 부회장 주도로 2016년 설립된 회사다. 그만큼 그룹 내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여지가 크다.


정기선 부회장은 선박 애프터마켓(AM)의 높은 성장 가능성과 안정적 사업 구조를 높게 봤다. 단순히 조선소가 보유한 AS 기능으로 남겨놓을 이유가 없는 유망 사업 분야로 판단한 것이다.


HD현대는 조선소 뿐 아니라 엔진과 선박기자재 사업까지 보유하고 있다. AM 사업을 전문적으로 추진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사들의 AS부문 뿐 아니라 HD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의 AS기능, HD현대일렉트릭의 선박기자재 정비 부문까지 하나로 묶어 HD현대마린솔루션이 탄생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사업구조상 안정적인 일감과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회사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 조선소들에서 건조된 신조선들의 AS 독점권을 갖고 있다. 통상 25~30년에 달하는 선박의 생애주기 내내 엔진과 전장제품, 보일러, 기타 소모품 등을 유지보수하는 물량만 해도 상당하다.


기존 운영되고 있는 선박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조선업 시황에 큰 영향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캡티브 마켓(계열사 간 내부시장)의 AS 물량만으로는 더 큰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겨냥하는 것은 선박 ‘그린 튜닝’과 ‘디지털 튜닝’을 비롯한 토털 솔루션 시장이다.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친환경 기술과 자율운항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선주사들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설립초기 현대글로벌서비스였던 사명을 HD현대마린솔루션으로 바꾼 것도 이같은 점을 감안해서다.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는 HD현대마린솔루션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기존 디젤엔진을 LNG, 메탄올 등 이중연료 엔진으로 교체하거나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하는 그린 튜닝 수요가 대규모로 시장에 쏟아진다.


평형수처리장치(BWTS) 설치 수요도 상당하다.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설치된 밸러스트 탱크에서 배출되는 평형수는 오랜 기간 생태계 교란 문제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선박의 디지털화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건조되는 선박들은 첨단 운항보조장치들이 장착돼 안전을 강화하는 추세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기존 건조된 구형 선박에 첨단 운항보조장치와 환경 정보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운항 솔루션과 과련 소프트웨어 기술도 기존 선박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정보서비스도 요구된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올해 1월 ‘CES 2024’ 기조연설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 AI(인공지능)기반 탄소배출 모니터링 솔루션 ‘오션와이즈(OceanWise)’를 소개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포스코와 오션와이즈의 첫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인피니티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선박 디지털화 시장 규모는 오는 2032년 240억달러(약 31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및 연구개발 등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박 AM 시장 내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친환경 개조사업의 역량 확대와 선박 디지털 사업의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 관계자는 “선박 애프터마켓의 급속한 성장에 대응하고 첨단 친환경‧디지털 기술력을 갖춰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자리하기 위한 공격적 투자가 이번 상장을 통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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