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짧은 채권형 ETN·ETF 상품 출시 봇물
금리·총선 불확실성에 시장 관망 수요 증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통화정책과 총선 관련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만기가 짧은 단기 자금 상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단기로 자금을 넣어둘 수 있는 상품에 돈을 묻어두고 시장을 관망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적극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쉽게 단기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증권(ETN)을, 자산운용사들은 단기채 및 머니마켓펀드(MMF)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면서 초(超)단기 투자처 제공에 나서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말 ‘대신 KAP 통안채 3개월 ETN’과 ‘대신 KAP 통안채 6개월 ETN’ 2종을 상장했다.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은 한국은행이 유동성 조절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해당 ETN는 통안채 중 잔존만기가 각각 3개월, 6개월인 채권의 일간 수익률을 1배 추종한다.
국내 초단기 채권인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를 추종하는 상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CD는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정기예금에 대한 증서를 말한다. 주로 만기 1년 이내의 자금을 거래하는 단기 금융시장에서 대출 및 파생상품 등의 준거금리로 사용되고 있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은 지난달 20일 CD 91물의 투자 성과를 추종하는 ‘KB KIS CD금리투자’와 ‘하나 CD금리투자’ ETN을 각각 상장시켰다. 메리츠·NH·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4월 CD금리 추종 ETN을 상장해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으면서 증권사들의 합류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선 CD 금리를 추종하는 ETF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KB자산운용도 지난달 26일 CD 91물 금리를 목표 수익률로 운용하는 ‘KBSTAR CD금리액티브(합성) ETF’를 상장하며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CD 금리 ETF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를 ETF로 재구성한 채권형 상품 출시도 활발하다. MMF는 CD, 기업어음(CP), 만기 1년 미만 채권 등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으로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한화자산운용도 KB자산운용과 같은 지난달 26일에 ‘ARIRANG 머니마켓액티브 ETF’를 선보였고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이보다 앞서 지난 2월 말에 ‘히어로즈 머니마켓액티브’ ETF를 내놓았다.
모두 MMF를 ETF로 만든 개념의 상품으로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원화채권과 A1 등급 이상의 CP, 전자단기사채 등으로 구성돼 단기 금융시장의 성과를 따른다.
이같은 초단기채를 활용한 ETF는 시장 불확실성으로 투자 방향을 잡기 어려울 때 여유 자금을 굴리기 좋아 ‘파킹형 ETF’로도 불린다.
업계에선 투자 방망이를 짧게 잡고 가려는 시장의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당초 6월로 예상됐던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오는 10일 총선을 전후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새로운 투자처가 나타나면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단기자금 운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파킹형 ETF 등의 활용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