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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하루 전 시민들…"투표권 꼭 행사" vs "정치인들 다 똑같아" [데일리안이 간다 52]


입력 2024.04.09 17:44 수정 2024.04.09 17:56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투표하지 않으면 정치인들이 국민들 더 쉽게 생각…꼭 투표할 것"

"국회의원들이 입법활동 보다 패거리 보호에 열중…정치 관심 없어"

"지역구 의원, 소속 정당 보다 인물 보고 투표할 것…투표 거부는 스스로 참정권 포기하는 것"

"비례대표, 몇천 만 명 반대하더라도 극렬 지지자 몇십 만 명 있으면 그냥 당선…없애야"

용산구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 벽보ⓒ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지난 20대 총선부터 도입된 사전투표가 보편화되면서 과거보다 투표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총선투표율은 2000년 이후로 단 한번도 70%의 벽을 넘은 적이 없다. 10명 중 3명 이상이 본인의 참정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선거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음과 고성, 불편사항 등도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하루 앞둔 9일, 데일리안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투표 안 한 사람은 정치 평가할 자격 없어" vs "누가 되든 관심 없어"


이날 낮 서울 남산에서는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며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최명국(40·남)씨는 "투표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참정권을 포기하는 것이고 그런 사람은 정치를 평가할 자격이 없다"며 "투표하지 않으면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쉽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투표일에 투표할까도 생각했지만 본투표일에 가야 출구조사에도 참여할 수 있어 내일(10일) 투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치 자체에 혐오감을 드러내며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윤모씨는 "국회의원들은 법 만들라고 있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법 만드는 일보다 상대 정당 비방하고 자기들 이익 챙기는데 더 열중하는 것 같다"며 "어차피 자기네 패거리 보호하는 조직폭력배들 식으로 정치하는데 누가 당선되든 별 관심 없다. 투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시민은 조국혁신당을 창당하고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극심한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직장인 허모(32·남)씨는 "조 전 장관이 본인 이름이 들어간 당까지 만들어서 출마했다는 것은 본인이 당선된다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라며 "온 가족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그런 사람이 법을 만드는 위치에 간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강력히 성토했다. 그는 "그래서 비례대표를 없애야 한다. 몇천 만 명이 반대하더라도 극렬 지지자 몇십 만 명만 있으면 상위 순번은 그냥 당선되는 것 아닌가"라고 현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김포 사우동 김포아트홀 앞에서 열린 '검찰독재 조기종식, 김포시민과 함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당에게 한 번은 제대로 기회 줘야" vs "야당이 정권 견제해야"


이번 총선의 투표성향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명동에서 만난 김모(44·남)씨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항상 여당이 다수였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는 여당이 소수 아닌가"라며 "이번엔 집권당에 힘을 한 번 실어줘야 남은 임기 동안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정모(52·남)씨는 "집권당이 국회까지 장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여당이 다수당이 되면 지금 국민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다 묻혀버린다. 야당이 정권을 견제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금 국힘이 개헌저지선(100석)은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엄살로 보인다"며 "그래도 집권당인데 100석도 못 얻는다는 건 말이 안되질 않나"라고 힐난했다.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정당을 별도로 고려해 투표하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이모(43·여)씨는 "지역구 의원은 소속 정당 보다는 인물을 보고 투표할 생각"이라면서도 "비례대표는 여당 쪽 정당에 투표하는 걸로 마음을 정했다"고 전했다.


◇"선거유세 시민들에게 매우 불편…오늘이면 끝나 그나마 다행"


선거운동기간 중 선거유세로 발생하는 각종 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을 지적하는 시민도 있었다. 사당역 인근에 거주한다는 한모(38·여)씨는 "사는 곳이 관악구·동작구·서초구가 맞물리는 지역이라 아침저녁으로 선거유세가 매일 벌어진다"며 "선거운동하는 2주 내내 시끄러웠고 피곤했는데 내일이면 끝나니까 다행"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총선의 접전지역으로 꼽히는 용산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모(22·여)씨는 "후보자들 선거 현수막이 너무 많이 걸려 있는데, 이게 다 세금으로 지원되는 것 아닌가. 자기 돈이라면 저렇게 대형 현수막을 마구 찍어내진 않을 것 같다"며 "돈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수막 게시 횟수와 규격에 대한 제한을 둬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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