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익스포저 등 관련 지표 건전성 악화
금융당국 정상화 과정서 위험 요인 부각 가능
늘어난 충당금에 방안 강구…“대응 가능 수준”
증권사들이 총선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등장했던 4월 위기설은 금융당국의 진화로 불안감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분위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관련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날 치러지는 총선 이후 금융당국의 관련 정책 전환으로 관련 부실 리스크가 드러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타 업권에 비해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연체율이 높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7조8000억원으로 전년도 말(2022년 말·4조5000억원)에 비해 3조3000억원(73.3%) 증가했다. 연체율은 3.35%포인트 증가한 13.73%로 금융권 중 가장 높다.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리스크는 다른 수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29곳이 올해 감당해야 할 국내외 부동산 금융 관련 익스포저(Exposure·위험 노출액)는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대형사는 해외 부동산 부실 이슈로, 중소형사는 브릿지론(토지대금 등 부동산 개발사업의 초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업인허가 내지 PF대출 이전에 실행하는 대출)과 본 PF에서의 중·후순위 대출 문제의 위험성이 큰 편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의 충당부채도 늘어난 상황이다. 충당부채는 미래에 발생할 지출과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으로 시기와 규모는 유동적이지만 지출 가능성이 높은 금액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60개 증권사의 지난해 말 기준 충당부채는 2조2346억원으로 전년도 말 대비 26.1%(4624억원) 증가했다.
특히 채무보증(1조1513억원) 비중이 1년 전 대비 2배 이상 늘었는데 증권사가 부동산PF 사업에서 건설사와 시행사에 보증을 서면서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채를 떠 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잠재 리스크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총선이 끝나면 금융당국이 부동산PF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 증권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그동안 지원을 통한 부도 방지에 초점을 맞춰왔던 정책을 구조조정 관리로 방향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부실 리스크가 드러날 수 밖에 없는데 우발적으로 위험 요인들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4월 위기설이 등장한 것도 이같은 관측에 기인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PF 규모와 연체율 모두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당초 제기됐던 4월 위기설의 현실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동산 PF 리스크가 어느 정도는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리스크의 강도는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손실을 대비해 적립하는 자금인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 왔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3개 증권사의 지난해말 대손충당금은 4조2251억원으로 전년도 말(2조954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해 부실 사업장과 관련 기업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여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추가로 충당금을 쌓을 필요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해 온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당국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불식시키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전날인 9일 국내 9개 증권사의 PF사업부 본부장과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등 관계자들을 소집해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부동산 PF 사업장 구조조정과 사업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날 행사에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 9곳이 참석했고 부동산 PF 관련 증권업계의 추가 손실 방지 방안과 사업 신규 공급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방편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각 사별로 부동산 PF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강화와 손실 처리 능력 향상 등 대응력 강화를 위한 조치들을 취해 왔다”며 “금융당국도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대응 방안을 강구해 온 만큼 리스크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