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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인기에서 체계적 현지화까지 [한드 리메이크, 세계로①]


입력 2024.04.18 07:00 수정 2024.04.18 07:0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한국 드라마 배경이 보편적인 공감·퀄리티로 신뢰

현지화로 친숙함 높여

한국 드라마의 ‘해외 리메이크’는 콘텐츠 성공 기준 중 하나다. 기존의 인기를 검증받고 특정 국가나 지역의 문화, 언어, 사회적 특성에 맞춰 수정돼 현지 시청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시 태어난다. 수십년 간 ‘한류’로 지칭되며 아시아권을 휩쓸던 ‘K드라마 열풍’은 글로벌 OTT(Over-the-top)를 타고 전 세계 시청자들과 또 다른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해외 리메이크 시작은 아시아권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과 문화적으로 유사한 면이 많아 한국 드라마 내용에 공감하기 쉽다. 또한 지리적으로 가까워 드라마 수입과 리메이크 제작이 용이하다.


먼저 일본의 경우 리메이크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배경에는 2002년부터 불어닥친 한국 드라마 열풍이 있었다. 2002년 TV 아사히를 통해 ‘이브의 모든 것’이 방영됐고 2003년 ‘겨울연가’를 통해 붐을 일으켰다. 이후 디지털 방송, 통신 위성에 따른 채널 사업자들의 대두로 한국 드라마 편성이 늘면서 도쿄 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25개 채널, 300편 정도의 한국 드라마가 편성돼 방영, 당시 일본 작품보다 더 나은 배우들의 연기력, 연출력, 스토리성, 촬영 등으로 인기를 얻으며 한국 드라마가 일본의 하나의 장르로 정착했다.


물론 이 당시 리메이크 작품들의 경향은 ‘역수출’이었다.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권을 취득해 드라마로 제작, 다시 일본 현지로 보낸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웹툰 등 드라마 소스로 활용될 IP(지식재산권)가 풍부해지면서다. 그동안 오리지널 각본에만 한정된 드라마 소스들이 다양한 IP 활용으로 폭을 넓히면서 오히려 일본에서 관심을 갖게 됐다. 2010년 후반부터 2024년까지 '투윅스', '청년경찰', '이태원 클라쓰', '아는 와이프', '싸인','그녀는 예뻤다', '굿 닥터', '시그널', '미생', '별에서 온 그대', '보이스', '기억' 등 많은 드라마가 일본의 리메이크로 각색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이하 콘진원) 이영훈 일본비즈니스센터장은 "일본은 연애 스토리물보다 장르물이 많이 제작돼 이런 작품을 방송국이 선호한다"라면서 "많은 드라마가 리메이크 됐으나 아직 크게 성공한 작품은 없다"라고 밝혔다.


물론 꾸준한 각색과 현지화 성공은 다르다. 이 센터장은 ‘록본기 클라쓰’를 예로 들었다. 이 센터장은 “‘이태원 클라쓰’를 리메이크한 ‘롯본기 클라쓰’는 많은 시청자들이 한국 원작과 비교하면서 한국 작품이 더 인기를 얻는 경향이 높았다. '롯본기클라쓰'가 넷플릭스에 서비스되면서 원작 '이태원클라쓰'가 다시 넷플리스에서 랭킹 인하기도 할 정도였다”라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의 성공이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태국이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태국에서 리메이크 된 한국 드라마는 '가을 동화', '풀하우스', '미안하다 사랑한다', '궁', '장난스러운 키스', '별에서 온 그대', '그녀는 예뻤다' '로맨스가 필요해3', '싸우자 귀신아', '후아유', '또! 오해영', 'W: 두 개의 세상', '시그널', '보이스', '터널' 등이다. '보이스' 태국판은 현지 OTT 플랫폼 TrueID 에서 1260 만 뷰를 기록하며 해당 플랫폼을 기록, 조회수 역대 1 위에 등극했으며, 태국판 '시그널'은 '콘텐츠 아시아 어워즈2023'에서 아시아 최고 TV포맷 각색 콘텐츠를 수상했다.


태국은 원래 한국 드라마 원작을 그대로 수입해 소비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점차 현지 사정에 맞춰 변화시키면서도 한국적 요소와 현지적 요소를 가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문화적 차이 등 내적, 외적인 요소 등에 수정을 반복해 태국의 문화적 특징을 반영, 태국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는 방식은 태국 시청자들의 취향저격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예가 '궁'이다. 오리지널 '궁'은 입군주국이라는 가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지만 실제 입헌군주국인 태국은 설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가정 자체를 삭제해 현지화에 맞게 만들었다. '시그널' 태국판의 호평 이유도 원작의 메시지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현지 문화를 반영했다는 점이었다.


태국의 한 제작사 관계자는 "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 리메이크 드라마는 대부분 성공했다. 한류를 중심으로 드라마 시청 트렌드가 TV에서 OTT로 이동하면서 한국 콘텐츠에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를 활용한 진출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비교적 최근에 이뤄졌다. 2013년 한국에서 방영됐던 ‘굿 닥터’가 2017년 첫 리메이크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첫 방송 당시 18~49세 시청률 2.2%를 기록했으며 2회는 2.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ABC 월요 드라마로서는 21년 만에 거둔 최고 시청률로 당초 13부작이었지만 18부작으로 확대 편성됐다. 이후 '사랑의 불시착, 'W: 두 개의 세상', '호텔 델루나' 등이 리메이크 확정 소식을 전했다.


미국에서도 현지화 체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방송 시장은 2021년 기준 한국의 12배 이상(한국 19조 4000억원, 미국 1896억 달러(한화 256조 9080억 원)이다. 제작비 규모가 현저하게 차이가 나면서 미국에서 성공시키면 더 큰 수익으로 돌아오게 된다. 드라마의 성공은 한국의 IP 가치도 높게 평가 받는 문제로 직결된다는 장점이 있다.


중동 지역도 한국 리메이크 작품의 날개를 달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중동 튀르키예에서는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의 소식이 비교적 자주 들린다. 튀르키예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 '메이퀸', '가을 동화', '미안하다 사랑한다', '불량 가족', '상류사회', '여름향기', '풀하우스', '특수사건 전담반', '닥터스', '그녀는 예뻤다' '굿닥터', '가족끼리 왜이래', '그대 웃어요', '사랑도 돈이 되나요', '못된 사랑', '부활', '마이걸' 등이 리메이크 됐다.


최근에는 JTBC '닥터 차정숙'이 지상파 채널 ShowTV '바하쉬'로 리메이크 돼 공개된 이후 5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튀르키예에서 중요하게 활용하는 지표인 ABC1 기준 시청률은 단 3화 만에 12.05%를 기록해 두 자릿수를 넘어섰고, 5화 방송에서 14.8%를 달성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현재는 '킹더랜드'의 리메이크 제작도 확정됐다.


콘진원 소통홍보팀은 "한국 드라마의 인기나 소비가 중동 지역에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UAE 정부관계자, 미디어 관계자와의 협업 미팅 시나 비즈니스 미팅 시 한국 드라마와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세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Al Dafra TV CEO, 아부다비 TV 애니메이션 헤드, DFRE 마케팅 담당자 등 UAE 정부 및 미디어 관계자 중 한국 드라마와 콘텐츠의 헤비 유저가 상당수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유럽의 경우 리메이크 소식이 다른 지역에 비해 잘 들려오지 않지만, 시도는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 작품은 없으며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 '끝까지 간다' 정도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과거와 현재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중이다.


2023년 기준 한국 드라마 경험률 국가별 비교에 따르면 프랑스는 51.1%로 26개국 중 19위로 아직 하위권이다. 1위는 인도네시아로 65.1%였다. 1인당 월평균 한국 드라마 시청 시간도 10시간을 밑돌았다.

콘진원 미주유럽수출지원팀 이윤진 팀장은 "프랑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것은 잘 짜인 스토리, 즉 각본에 있는 것 같다. 글로벌 히트작인 '오징어게임', '더글로리'와 같이 무엇보다 계급, 사회부조리, 불평등 등에 대한 사회문제를 매우 정면으로 제시하는 작품들이 많은데 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도발성이 있고, 각 소재들이 표현되는 배경이나 정서는 한국적일 수도 있으나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이 프랑스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는 중"이라고 전했다.


미주‧유럽의 리메이크작 부진은 소재나 스토리뿐만 아니라 국가별 콘텐츠 제작 방식, 국가별 규범, 문화적 차이 등 여러 가지 측면이 포괄적으로 고려되어야 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특히 세일즈 방식의 변화가 미주‧유럽을 향한 한국 드라마 진출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들은 원래 완제품(완성된 작품)을 구매하는 바이어의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 판매 방식의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예로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유괴의 날'을 영국과 리메이크를 진행할 때(MIPTV 2024에서 현지시각 기준으로 4월 8일 에이스토리와 영국제작자 및 작가와 같이 리메이크 쇼케이스 진행) 에이스토리가 직접 저작재산권(IP)을 보유하고 해외 파트너와 현지에서 공동으로 리메이크 작품을 제작하는 등 작품 제작-판매에서 끝나지 않고 공동제작, 수익 배분, 글로벌 배급, 부가사업 등 세일즈 형태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IP 중심의 세일즈가 국내 제작사에도 보편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유럽 지역 내에서의 한국 작품 리메이크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2023년 방송영상 산업백서에 따르면 방송영상산업 수출액 및 수입액은 지상파방송, 방송채널사용 사업자, 방송영상독립제작 사의 수출입액은 2022년 기준 9억 4805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0%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수출입 연평균 증감률을 살펴보면 수출액은 꾸준히 증가하며 연평균 17.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한국 리메이크 판권 수출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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