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덕수 국무총리, 기자단 백브리핑
후임 총리 의견에는 조심스러운 입장
"포퓰리즘, 자유민주주의의 큰 암적 존재"
한덕수 국무총리가 "2년 동안 매우 많은 국정과제가 추진됐고 우리가 하려는 것에 대해 국민의 많은 지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과정을 좀 더 국민과 함께 가려고 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했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총리는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총선 여당 참패 원인에 대해 "정부 개혁과제에 대해 국민이 충분히 이해해주시고 여야 정치권에서 협조해주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협조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다"며 "정부가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의를 표명한 취지를 묻는 말에 "2년 동안 굉장히 많은 국정과제를 추진했고 방향에 대해 국민들의 많은 지지가 있었다"라면서도 "이런 과정을 좀 더 국민들과 함께 가도록 하는 노력들이 절실히 필요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점에 대해 대통령의 명에 의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책임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후임 총리에 관해서는 "총리 자리가 요구하는 필수 요건을 충족하는 훌륭한 분들이 선정되도록 행정부 모든 기능, 국회 인사청문회, 언론에 의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세한 내용을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총선 결과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키워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불통은 행정부 전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총리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며 "좀 더 정치권과 협력을 이끌어내게 하고 충분히 시간을 가지면서 어떤 정책이든지 국민이 하나의 의견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의대 정원 규모 결정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좀 더 노력해야 했다. 과정에서 필수의료를 전공하겠다는 분들이 대부분인, 국가자산인 전공의들이 다 환자 곁을 떠나버리는 유감스러운 상황이 됐다"면서도 "정부로서는 의료계가 합리적·구체적 안을 갖고 온다면 숫자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금도 의료계 반응과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 민생안정지원금 25만원 공약이 '포퓰리즘이 아니다'라며 공약 강행 방침을 분명히 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한 총리는 "포퓰리즘 정책은 국가가 지속가능하게 끌고 갈 수 없는 것을, 국민의 인기를 얻기 위해 만드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 단순히 개인들에게 얼마씩 주면 행복해진다 하는 것은 굉장히 경계해야 할 정책"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여당이건 야당이건 정치권이건 정부건 포퓰리즘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큰 암적 존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R&D 예산 규모 삭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부는 1년의 짧은 축소를 끝으로 예산 증액을 예고한 바 있다.
한 총리는 "R&D에 재원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어떤 방향으로 쓰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며 "고통을 겪으면서 그런 방향으로 조율하려 했던 것은 옳은 방향이었다"고 감액 편성의 손을 들었다.
다만 마찬가지로 "R&D 연구자들을 잘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 R&D 구조조정에 동참했느냐, 하면 그 부분은 굉장히 부족했다고 본다"며 "작년 진통을 겪으며 방향 전환을 이뤄냈기 때문에 올해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더 많은 재원을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넣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