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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 '주 6일 근무'가 주는 경고음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4.04.18 10:46 수정 2024.04.18 10:4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대외 불확실성 위기 감지에 따른 사실상의 비상경영체제

삼성 위기, 협력사는 물론 수출‧투자 등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

첫 단체행동 나선 삼성 노조, 위기 우려 증폭시켜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데일리안DB

삼성 임원들이 ‘주 6일 근무’에 나섰다. 자발적 결정이고, 부장급 이하 직원의 ‘동반 출근’은 금지된다고 한다.


주 4일 근무제 소리가 나오는 와중에 시대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만, 다른 기업도 아닌 국내 최고 대우를 받는, 연봉이 수억에서 수십억에 이르는 삼성 임원의 고충은 남이 대신 걱정해줄 일이 아니다.


걱정이 필요한 건 삼성과 연관된 모든 경제주체들, 이를테면 협력사나 고객사, 나아가 삼성의 경영 상황을 참고해야 하는 다른 대기업들과 반도체 수출 등 삼성이 창출하는 경제효과의 수혜를 받는 기업 및 개인들이다.


자발적이건 비자발적이건 간에 삼성 임원들이 주말 출근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에서는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바닥이었고, 올해 좀 나아지는가 했더니 환율, 유가 등 대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는다.


삼성과 같은 굴지의 기업도 끊임없이 혁신과 성장을 위해 발버둥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지속성장가능성 확보를 위해 국내외 각 분야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워놨는데, 벌어들이는 돈이 시원치 않으니 비상이 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를 비롯, 휴대폰, 5G 통신장비 TV, 생활가전,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등 여러 산업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의 움직임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원천이 마르면 낙수효과도 사라진다. 삼성이 부진에 빠지면 삼성과 거래관계가 있는 기업들도 줄줄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6개월 연속 성장세를 보이며 되살아난 수출도 삼성의 반도체와 휴대폰이 제 역할을 못하면 다시 꺾일 수밖에 없다.


삼성이 투자 동력을 상실한다면 300조원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투자, 60조원 규모의 지역 균형발전 투자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투자를 통해 기대됐던 국가경제나 지역경제 측면의 파급효과도 물거품이 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삼성이 위험을 감지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 경제에 비관적인 일이다. 앞서가는 자가 속도를 늦추면 뒤따르는 이들도 사방을 경계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비상경영체제 돌입이 다른 대기업집단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의 풍파를 겪었다. 월급봉투가 얇아지고 실업이 속출하며 가계가 휘청거렸다. 현 상황에서 당시만큼의 큰 위기 조짐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극도의 경계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대기업 임원 몇 백 명의 주말 출근을 두고 ‘시대에 역행한다’는 속 편한 소릴 할 때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경고음을 가장 가까이서 들어야 할 삼성전자 직원 일부는 오히려 삼성의 위기를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행동에 나섰다. 지난 17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주최로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노동조합 단체행동이 이뤄졌다. 이번엔 평화로운 ‘문화행사’였지만, 전삼노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까지 확보한 상태다.


평균연봉 1억 이상의 회사에서 임금 인상률 5.1%(사측 제시안)와 6.5%(노조 요구안)의 견해차를 놓고 파업 위기까지 치닫는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착잡하다.


임원들의 ‘주 6일 근무 자청’과 노조의 ‘단체행동’. 같은 시점에 발생한 두 사안의 언밸런스는 극단적이다. 외부의 위기가 감지될수록 내부에서 똘똘 뭉치는 것은 동물들도 가진 본능이다. 삼성전자 노사의 원활한 교섭 타결이 삼성 앞에 놓인, 나아가 우리 경제 앞에 놓인 리스크를 완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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